나는 지금도 온몸을 떨게 만드는 그의 첫 메시지를 외운다.
수요일 새벽 2시 12분, 잠긴 화장실 문 앞에서. 아직도 입술에 남은 담배 잿빛과 당신 냄새가 섞여 있어. 나간다고 하지 말아줘
세 줄. 별표 하나도 없는, 어린애 손글씨마냍 순진한 문자들이었다.
그날 이후 아무 대답이 없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메시지를 3,287번 읽었다. 블루톡 안 읽은 숫자가 3,287개 늘어날 때마다 나도 함께 커졌다. 아니, 아주 조금씩 말라갔다.
차가운 불꽃
그는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파리 안티크 시계처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 출근길 지하철, 모두가 스마트폰만 쳐다볼 때 나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톡방만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0.8초만 머물렀다 나오면 안 읽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몸으로 배웠다.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지하철에서, 침대 위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의 침묵을 간직했다. 아니, 그가 준 침묵을. 그건 나만의 뜨거운 비밀이었다.
'나는 왜 차단하지 않는가.'
'나는 왜 아직도 답장을 쓰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차단하면 끝난다. 답장을 보내면 끝난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있는 관계의 끈을 잡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는 어떤가. 나는 그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끊어져 있다. 관계의 주도권이 내게 없는 척하면서도, 실은 온전히 내 손에 있다.
그게 바로 마약이다.
사연이 되어버린 두 사람
민서는 34세, 약국을 경영하는 여자. 그녀는 지난 4년간 단 한 명에게만 연락한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환자였다. 그는 이가 빠진 채로 왔다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민서에게 처방전 사진을 보냈다. '복용법이 헷갈려서요.'
민서는 대답했다. '음료수랑 함께 드시면 안 됩니다.'
그 이후로 1,642일. 매일 오후 9시 18분, 그는 사진 한 장을 보낸다. 병원 벤치, 약국 앞 가로수, 민서가 즐겨 마시던 아메리카노. 사진만 보내고 말은 없다. 민서는 별다른 말도 없이 '좋아요'만 누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혜진은 29세, 게임사 기획자. 그녀는 대학 동아리 선배에게 6년째 연락을 받고 있다. 선배는 군 복무 중이던 시절, 혜진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메시지를 보냈다. '점호 끝났어', '저녁 뭐 먹었어', '오늘은 진짜 춥다'. 혜진이 답하지 않으면, 선배는 더 많은 메시지를 쏟아냈다.
군 전역 후, 선배는 혜진 앞에 나타났다. 사귀자고 했다. 혜진은 거절했다. 그러자 선배는 연락을 끊었다. 몇 년이 지났을 때, 혜진은 우연히 선배의 SNS를 들여다봤다. 그는 결혼했다. 아이도 생겼다. 그날 이후 선배는 혜진에게 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 아내와의 싸움, 아이의 첫 걸음, 회식 자리에서의 취중 진담. 혜진은 단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톡방은 그대로 두었다. 혜진은 선배의 인생을 구경한다. 선배는 혜진의 침묵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봉인한다.
모래 위에 쓴 이름
그들은 왜 답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차단하지 않는가.
정답은 없다. 이 상황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당사자들조차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저 이상하리만큼 편안한 고통일 뿐이다.
인간의 뇌는 미지의 것에 홀린다. 불확실성은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그래서 '아직'이라는 단어가 가장 오래 지속되는 마약이다.
또 하나. 우리는 상대의 침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읽씹당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가장 초라한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초라함을 곱씹는 데 중독된다.
마지막으로, 이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가장 깊은 욕망은 가장 깊은 부끄러움과 함께한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 앓는다. 그의 메시지를, 그녀의 사진을, 그의 익명의 하트를. 혼자 간직한다.
당신은 지금도 누군가의 읽지 않은 메시지인가
끝을 말하자면, 나는 어젯밤 그의 톡방을 들어갔다. 처음으로 5초간 머물렀다. 블루톡이 읽음으로 바뀌었다. 숫자는 3,287에서 3,286으로 줄었다.
나는 화면을 끄고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새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 미안. 실수로 보냈어.
나는 답장을 썼다. 누군가에게, 아니 나에게.
'그래도 나는 아직도 너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어.'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누구의 3,287번째 읽지 않은 메시지인가. 그리고 당신은 왜 여전히 차단 버튼을 누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