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당신은 나를 끝까지 몰랐지

결혼 7년차 유리는 남편 앞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했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한 명의 흔적, 미나가 남긴 키스 한 편은 그녀의 가면을 갈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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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끝까지 몰랐지

“유리야, 됐어?”

침대 옆 스탠드가 내뿜는 누르스름한 불빛이 유리의 가슴 위로 떨어진다. 그가 물음을 내뱉는 순간, 공기가 굳어진다. 숨이 차오르는 척 가슴을 한 번 크게 들이켜고, 눈꺼풀을 힘겹게 내린다.

지금이다.

허리를 미묘하게 떨며, 살아 있는 듯 연기하는 몸짓. 뱃가죽이 오그라드는 척, 발가락을 말아 올린다.

“으… 읏…”

짧고 낮은 숨.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남편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숨을 고른다. 이미 끝났지만, 유리는 눈을 뜨지 않는다. 천장을 응시하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떠올린다.

또 속였네.


처음에는 배려였다. “나만 오면 너무 미안해서”라며 남편이 애써 참던 시절. 하지만 2년, 3년, 7년. 시간은 덧칠이 아니라, 용액처럼 피부를 녹여버렸다. 이제 연기용 오르가즘은 그녀의 두 번째 피부다. 가면이 아니라, 진짜 피부처럼 붙어 있다.

‘진짜로 안 온다고 말하면, 남편은 나를 냉랭한 여자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자기가 무능력한 남자라고 느낄까?’

두려움은 유리의 몸속 깊은 곳에 작은 방을 만들었다. 조명이 꺼진 방. 그 방 안에서는 숨죽인 웃음만이 돌고 있다.


오후 3시, 미나의 거실.

38세, 두 아이의 엄마. 어젯밤 TV를 보다가 남편이 갑자기 손을 뻗었다. 키스도, 예고도 없이. 순간 미나는 몸이 굳었다. 어깨가 올라가고 배가 수축됐다. 그러나 그녀는 웃었다.

“뭐하려고?”

“그냥… 너무 좋아서.”

남편은 머쓱해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미나는 TV를 다시 돌렸지만, 화면은 흐릿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7년 전, 유리의 키스였다.


7년 전, 같은 거실.

유리는 미나의 집에 놀러 왔다. 남편들은 바비큐 장작을 사러 나간 사이,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미나는 갑자기 유리의 손등에 손가락을 살짝 얹었다.

“유리야, 너는…”

말이 잘리기도 전에 유리가 미나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체온. 미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유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미나의 입술을 스쳤다. 짧고, 그러나 뜨거운 키스였다.

“이거… 뭐야?”

“그냥, 하고 싶어서.”

순간 거실의 공기가 진동했다. 미나는 손을 떼지 못했다. 유리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그 키스는 미나의 피부에 새겨졌다. 남편이 손을 뻗을 때마다, 그 키스가 번쩍였다. 7년 전, 유리의 입술이 닿던 곳에서 남편의 손이 스칠 때마다, 가슴이 쓰라렸다.

그날 밤, 미나는 남편이 잠든 뒤 조심스레 침실을 나섰다. 거실 소파에 앉아 유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때, 왜 그랬어?’

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유리의 입술이 닿았던 곳에서, 미나는 조용히 울었다. 그것은 배신도, 그리움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도 몰랐던 욕망이 드러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유리는 남편 옆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미나의 문자를 지웠다. 지울 수 없는 것은, 미나의 키스가 남긴 흔적이었다. 그 흔적은 유리의 몸 어딘가에 새로운 방을 만들었다. 조명이 켜진 방. 그 방 안에선, 연기 없이도 숨이 터져 나왔다.


아침이 되었다. 남편은 유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젯밤, 좋았어.”

유리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미나의 거실, 7년 전 그날의 공기. 그곳에서만, 유리는 연기를 벗고 숨을 쉬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끝까지 몰랐다. 남편은 유리를, 유리는 남편을, 미나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유리는 미나를. 모든 가면은 서로를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 유리는 남편이 잠든 뒤 조용히 침실을 나섰다. 거실 소파에 앉아 미나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나를 끝까지 몰랐지. 내가 너를 얼마나 원했는지.’

발신음이 울리자, 유리는 눈을 감았다. 미나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이제, 연기는 끝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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