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28년째 차버린 입술, 나는 아직 아무도 날 키스로 부르지 않았다

처녀를 넘어 입도 뺏기지 않은 28년. 그녀가 숨긴 욕망은 단순한 갈증이 아니었다

처녀키스금기욕망집착
28년째 차버린 입술, 나는 아직 아무도 날 키스로 부르지 않았다

첫 입맞춤은 언제일까

  • 너, 아직도 안 봤어?
  • 응.
  • 진짜? 한 번도? 입술이랑 입술이? 김예린은 2층 카페의 창가 테이블에서 창밖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모바일 메모장을 열었다. 28년 7개월 14일, 키스 제로. 마치 병 전적 같은 숫자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아메리카노 잔이 식어간다.

입술 밑 심장

그녀는 밤마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내밀어본다. 혹시나 누군가가 마침내 달려들어 그냥 해줄까 기대하면서. 아무도 없는 방에서도 발가벗은 목덜미를 괴로워하듯 긴장한다. 혀끝이 잇몸을 스칠 때 생기는 미세한 전류, 그게 키스의 예행연습이었다.

아직도 나는 누군가의 첫 키스일 수 있을까, 아니면 너무 늦은 걸까


두 개의 기억

1. 19살, 도서관 지하 셔틀버스

이진우. 이름표 리본이 흐린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만큼 맑았다. 그날은 교양 과제로 늦게 나왔다. 셔틀버스 안에 단둘뿐이었다.

  • 여기 앉아도 돼?

  • ...네 그는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지하 주차장의 형광등이 펄럭이는 동안, 예린은 이 남자가 지금 당장 고개를 돌려 첫 키스를 건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 숨을 죽였다.

  • 수업 끝나고 뭐 해?

  • 집에 가요.

  • 나랑 같이... 아, 아니야. 미안 이진우는 고개를 흔들며 내린다. 문이 닫히는 순간, 예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빨갛게 젖은 살점이 부르튼 채 남았다. 약속도 없이.

2. 26살,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박정민 대리. 회식 끝 술기운이 남은 새벽 2시 14분. 함께 탄 엘리베이터는 7층을 올라가는 동안 말없이 삐걕였다.

  • 오늘... 말이야 그가 갑자기 취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예린은 등을 떨었다. 문이 닫혀 있었고,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아프다.

  • 눈 감아줘

  • ...네? 예린은 눈을 감았다. 살아 있는 듯 뛰는 눈꺼풀 사이로 무언가 가까이 다가온다. 입술 주위가 달아오른다. 눈을 떴을 때, 정민은 이마를 긁적이며 웃고 있었다.

  • 미안, 농담이야. 너무 진지했나?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왜 우리는 첫 키스에 이토록 목말라하는가

첫 키스는 단순한 입술의 접촉이 아니라, 나를 누군가의 욕망 리스트 1순위로 만들어주는 마법이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키스는 구강기 욕망의 연장선. 누군가에게 받은 첫 키스는 무의식적으로 '나는 살아남을 만큼 충분히 소중한 먹이'라는 확인과도 같다. 혀끝이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포유류 시절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난다.

예린은 그 마법적 순간을 28년 동안 놓쳤다. 그래서 그녀의 욕망은 점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변했다.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

오늘도 예린은 거울 앞에서 입을 맞춘다. 유리 너머로 흐릿한 자신의 입술이 마주친다.

만약, 정말 만약에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 나지막이 묻는다면.

  • 너, 키스해 본 적 있어? 그녀는 어떻게 대답할까.

아니, 아직.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위해 입술을 열어두고 있어

그 입술이 누군가의 욕망이 되기를, 그래서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누군가의 첫 경험이 되기를.

28년째 예린의 심장은 목끝에 걸려 있다. 아직도 키스를 기다리는 입술만큼이나 빨갛게.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