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신혼침대 위에 선 시어머니, 그녀가 찢은 건 시트였다

결혼 첫날밤, 시어머니는 새하얀 시트를 뜯어 들었다. 민서는 깨달았다. 4년간 쌓은 ‘완벽한 며느리’ 이미지보다 단단한 금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월드금기욕망신혼시어머니

첫날밤, 0시 24분

민서는 웨딩드레스를 반쯤 걸쳐놓은 채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릎 위로 붉은 립스틱이 굴러 떨어졌다. 지금 입술이 아니라, 아래 입숀에 묻혔던 립스틱. 남편은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중이었다. 물소리, 비누 냄새, 그리고 민서의 심장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첫날밤이라고 해서 특별할 거라 믿었는데.

민서는 시트 한 귀퉁이를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새하얀 리넨 위에 자신의 립스틱 자국이 남았다. 작고 둥근 입숀 모양이 두 개. 하나는 남편이, 하나는 민서가 찍은 자국이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시트를 잡고, 다른 손으로 립스틱을 집어 다시 그 위에 키스를 한 번 더 찍었다.

세 개.

0시 31분, 문손잡이가 돌아갔다

시어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혼방의 문은 잠그지 않았다. 민서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어머니는 잠옷 차림이 아니었다. 낮에 하객들을 맞이하던 검정색 원피스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민서는 웨딩드레스를 가슴에 눌러 붙였다. 속살이 드러날까 봐가 아니라, 그녀의 심장이 튀어나올까 봐였다.

시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다만 침대를 향해 걸어왔다. 민서는 그녀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음을 알았다. 오히려 익숙한 발걸음이었다. 마치 그 방이 시어머니의 방이었던 것처럼.

이건 우리의 첫날밤인데.

시어머니는 시트를 잡았다. 왼손으로 한쪽 귀퉁이를, 오른손으로는 반대편 귀퉁이를. 그리고 찢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트는 살을 찢는 듯한 소리를 냈다. 민서는 자신의 몸이 시트처럼 찢기는 것만 같았다. 립스틱 자국이 있던 부분이 시트 한복판에 떨어졌다. 시어머니는 그 조각을 집어 들었다. 두 손으로 폈을 때, 민서의 입숀 자국이 보였다. 두 개는 그녀가, 한 개는 민서가 남긴 흔적.

"네가 쓴 립스틱이 여기 묻었어."

시어머니는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방 전체에 울렸다. 민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시어머니는 시트 조각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갔다. 문을 닫을 때, 걸쇠가 딸깍 소리를 냈다. 민서는 그제야 자신이 잠긴 방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0시 42분, 남편이 나왔다

남편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그는 시트가 찢긴 것을 보지 못했다. 민서는 그가 보지 못하도록 몸으로 가렸다. 남편은 민서의 뺨에 키스했다. 그녀는 그의 입숀에서 시어머니의 향기를 맡았다. 샴푸 향기, 바디워시 향기, 그리고 시어머니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왜 시트가..."

민서는 말했다. 남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남편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찢긴 시트 위에서. 민서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남편의 몸이 아닌, 시어머니의 시선이 자신 위에 있음을 느꼈다. 시어머니가 그녀의 육체를 훑어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시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되지 않을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4년 전, 첫 만남

민서는 시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어머니는 항상 완벽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옷차림은 단정하고, 말투는 부드러웠다. 민서는 그녀를 보며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술 냄새 나는 엄마, 화장 번진 엄마, 울고 있는 엄마. 시어머니는 그 모든 반대였다.

민서는 4년간 시어머니를 사랑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반찬 5종을 차리고, 시어머니의 속옷까지 손세탁했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시어머니는 이미 딸이 있었고, 민서는 며느리였다. 그래서 민서는 시어머니의 연인이 되려 했다. 딸이 아니라, 연인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하려 했다.

"엄마가 좋아서 해주는 거야."

민서는 남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욕망이었다. 시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 그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3주 전, 변호사 사무실

민서는 이혼 소송 중이다. 변호사에게 말했다.

"사실 전 시어머니랑 지금 남편이랑 헤어지는 거예요."

그녀는 깨달았다. 4년 동안 시어머니를 사랑했고, 결국 시어머니를 잃는 것이 두려워 남편도 잃어버렸다는 것을. 시어머니와의 전쟁은 결국 그녀 자신과의 전쟁이었다. 그녀가 되고 싶은 여자, 그녀가 절대 되고 싶지 않은 여자,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숨죽이며 사는 법을 배우는 일.

"당신은 시어머니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시어머니가 되기를 거부하는 당신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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