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엄마가 날 돼지라 부른 그날부터 나는 누군가를 굶겨 죽이고 싶었다

엄마의 한마디, 엄마의 눈빛이 평생을 지배하는 뒤틀린 관계 권력. 왜 우리는 먹는 몸을 부끄럽게 만들며 살아가는가.

어머니와딸몸의수치급식의권력가족금기관계지배

첫 문장, 첫 상처

"쟤는 배만 보면 미친년이야."

여덟 살, 나는 떡볶이 한 접시를 비웠다. 국물까지 싹. 엄마는 그걸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깐 눈에 박힌 그 한 줄, 나는 그날 언어를 처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동시에 배를 만졌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살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엄마의 침묵, 나의 허기

엄마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 자물쇠를 달았다. 저녁 7시 이후엔 부엌이 '잠금 모드'였다. 굶주림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 나는 새벽 2시마다 깨어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 한 모금이 목끝에 닿을 때마다 엄마의 시선이 떠올랐다. 눈이 아니라, 굽어보는 눈꺼풀의 무게가 나를 눌렀다.

"배 안 나온다고 거짓말하지 마."

십대가 되어서도 엄마는 나를 '뱃살'로 불렀다. 사람 이름 대신. 살아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어 본 호칭이었다. 나는 그걸 되풀이해 자신을 불렀다. 거울 앞에서, 남자의 침대 위에서, 급식실에서. 뱃살아, 참 맛있게 먹네.


보육원 아이들의 비밀 잔치

그녀들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 만났다. 세 살 터울 언니 미정이, 다섯 살 아래 서연이. 매주 수요일 3교시, 미정이는 간식 바구니를 훔쳐왔다. 엄마가 운영하는 보육원이었으니 눈치 보지 않고 빼돌릴 수 있었다.

"오늘은 시리얼에 우유 두 배."

서연이는 변기 뚜껑 위에 접시를 올려놓았다. 미정이는 한 손으로 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 스푼을 떴다. 갓난아기가 아기에게 먹이는 광경이었다.

"엄마는 우리가 살 안 찌면 별로 안 혼나."

그들의 몸은 아직 구부릴 수 없는 지느러미처럼 날렵했다. 하지만 서연이는 벌써 미래를 봤다. 내가 엄마가 되면 아기한테도 먹지 말라고 할까 봐. 그래서 미정이는 서연이를 끌어안았다. 둘은 서로의 허기를 혀로 닦아냈다.


체중계 위의 연애

스물일곱, 나는 남자와 처음 잤다. 그의 손이 내 배를 쓸어 내릴 때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로 엄마가 서 있었다. 남자는 내 몸이 누워 있는 자리에 체중계를 들이밀었다. 키 174, 몸무게 68.5. 숫자가 눈에 박혔다.

"네가 많이 먹은 건 아니야."

그는 몸을 덮던 이불을 걷어 올렸다. 내 뱃살이 드러났다. 그는 그곳에 귀를 대고 무언가를 들었다. 혹시 배 속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나.

너는 누굴 굶겨야 속이 편해?

그날 이후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도시락을 싸갔다. 김밥, 달걀말이, 계란찜. 먹는 동안 그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다 나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엄마 저리 치워줘."


허기의 유전자

우리는 왜 굶겨야 질투를 느끼는 걸까.

엄마가 나를 뱃살이라 부른 순간부터, 나는 다른 아이의 도시락을 훔쳐보았다. 학교 급식 끝나고 남은 반찬을 눈으로 떠먹었다. 누군가를 굶기는 상상을 하며 오르가즘을 배웠다.

그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가능한 몸에 대한 광적인 동경. 엄마는 먹지 않는 몸을 통해 나에게 권력을 증명했다. 나는 그 권력에 복종하면서 동시에 뒤틀렸다. 누군가를 굶기면, 나는 잠깐이나마 엄마의 시선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가 굶은 기억을 지닌다. 태어나기 전, 자궁 안에서 배가 고팠다. 엄마는 그 허기를 끊어내려 하고, 나는 끊어진 끈을 다시 묶으려 한다.


마지막, 배 속의 문장

오늘도 나는 냉장고를 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어딘가에서 엄마의 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문을 닫는다. 그러면서 이마를 냉장고 선반에 기댄다.

아직도 너는 누군가를 굶겨야만 살 수 있니.

아니면, 너는 아직도 엄마에게 굶겨지고 있는 건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