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그 여자 생각해?"
"준영아, 너 아직도 그 여자 생각해?"
친구의 물음에 나는 잔을 놓았다. 술잔이 테이블을 굴러 떨어지려는 순간, 23년 전의 그 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스물셋의 나는 그녀를 위해 학교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도둑질하던 시절, 그녀는 마흔아홉. 우리는 절대 말해서는 안 될 첫 키스를 나눴다.
주름진 손끝이 남긴 화상
나는 왜 아직도 그녀의 손등에 새겨진 푸른 정맥을 기억하는가
그녀의 손등에는 세월이 그린 지도가 있었다. 푸른 정맥이 강처럼 흐르고, 주름진 살갗이 산맥처럼 솟아있었다. 스물셋의 나는 그 지도 위를 핑계 삼아 떨어지지 못했다. 이건 지도야, 네가 나를 잃지 않도록 그녀가 웃으며 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권력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녀는 나의 젊음을 정확히 어디를 파고들어야 아픈지 알고 있었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품에 안아주면서도,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속삭였다. 그 말이 나를 미치게 했다. 안다고, 다 안다고 소리치며 그녀를 찾아갔다. 그때마다 그녀는 내 이마에 입맞추며 그래도 귀엽다고 했다.
지하주차장의 두 번째 운명
사람은 왜 끝났다고 생각했던 욕망이 되살아날 때 가장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가
지난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이제 마흔여덟이 아니라 쉰둘. 나는 서른여섯. 시간이 우리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알아봤다.
"오랜만이야, 준영아."
「...선생님.」
「아직도 그렇게 부르니?」
그녀의 웃음이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나는 23년 전의 그 아이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내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끌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가 말했다.
*"이제는 내가 더 늙었네. 너도 그만큼 컸겠지.」
그녀가 가르친 최후의 수업
스물셋의 나는 그녀가 가르쳐준 것들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지배와 복종의 미학, 그녀가 부른 그것은 23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나를 볼 때마다 그때의 네가 보인다고 말한다.
- 나는 지금도 그녀 앞에 서면 스물셋의 애송이로 돌아간다
- 그녀는 지금도 나를 보며 아직도 어리다고 속삭인다
- 그 차이가 우리를 다시 이어준다
나는 네 살 아래 아내와 살고 있다. 아내는 내가 왜 갑자기 지하주차장에서 오래 걸리는지 모른다. 그녀는 내가 왜 50대 여인의 카톡 알림에 화들짝 놀라는지 모른다.
욕망의 시간은 되감기가 안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성취되지 않은 욕망의 회귀'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단순한 미완의 욕망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지배당했던 순간의 향기를 다시 원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녀의 손등을 보면 나는 그 지도 위를 다시 걷고 싶어진다.
중력 같은 것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처음 느꼈던 그 무게감을 찾는다. 20대에 만난 그녀는 나에게 처음의 무게감이었다. 지금 그녀는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위험하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어느 날 갑자기 30년 전의 누군가를 찾아 나서게 될 때, 그게 단순한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버린 또 다른 자아를 찾으려는 욕망 때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