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결혼 아니면 헤어질래, 20살 나에게 던진 그녀의 독배 같은 조건

스무 살이던 내게 연상 여자가 건넨 단 한마디. 결혼 아니면 끝. 달콤한 집착과 무게감 넘치는 희생 사이, 관계의 권력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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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불량스러운 머리띠를 풀어놓지도 못한 채 그녀의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새벽 4시 노란 가로등이 흔들리고, 방 안은 냄새 섞인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그녀는 잠옷 차림으로 핸드폰을 내밀며 한 마디를 했다.

결혼할래, 아니면 여기서 끝낼래.


숨은 속삭임

‘스무 살이면 뭘 알아. 너는 그냥 내가 주는 사랑이 달콤한 줄 아는 거지.’

그녀는 29살이었다. 회계사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도전하던 나를 업무용 원피스 차림으로 데리러 나왔다. 나는 시험 공부 책만 보면서도 그녀가 하는 말이 너무 좋았다. 아니, 그녀가 주는 상처마저 달콤했다. 술 냄새 섞인 입맞춤, 피곤한 얼굴로 연애한다는 말 그 자체가.

오히려 이별이 아닐까, 이건.


그녀의 진짜 욕망

그녀는 왜 하필 ‘결혼’이었을까. 사실 그건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그녀는 나를 완전히 먹어치우는 방법을 연구해 왔던 것처럼 보인다. 술자리에서 내 친구들 앞에서는 ‘우리 동생’이라며 으스대다가, 둘만 남으면 물끄러미 내 손을 움켜쥐었다.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알지?

그 말은 처음엔 달콤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느낌이. 하지만 곧 그건 수렁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취직도, 돈도, 미래도 다 맡겼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결혼’은 필연적인 장악의 끝이었다. “이 아이를 영원히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이었으니까.


실제 같은 두 이야기

민수, 25살

민수는 대학원생이었다. 여자친구는 31살의 뷰티 MD. 그녀는 민수가 학회 발표 날짜를 앞두고 있을 때 갑자기 휴가를 떠나자고 했다.

여행지 숙소 침대에서 그녀가 속삭였다.

나랑 결혼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 너 공부도 그만두고, 나 대신 매장 관리하면 되지.

민수는 그날 밤 연구실로 돌아와 논문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고 한 달 뒤 전화로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내 미래를 사랑한 거야.’

지안, 22살

지안은 군 제대 후 편의점 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연애 8개월 차, 27살 그녀는 매번 지안의 카드 내역을 확인했다. 생일 선물로 명품 지갑을 주고는 말했다.

우리 집 전세금만 해결되면 바로 결혼이야. 너네 집이 얼마나 있긴 해?

상담실에서 지안은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내가 아니라 제 집안 장남이 되길 원했어요.”


인간은 왜 이런 집착에 홀린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는 때로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고, 어머니 없는 아이는 너무 늦게 어른이 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엔 공허한 구멍만 서로에게 돌려주고 만다.

연상 여자에게 끌리는 젊은 남자의 심리는 단순하지 않다. 그건 단순한 ‘콤플렉스’가 아니라, 내가 아직 없는 무언가를 그녀에게서 찾고 싶은 욕망이다. 경험, 안정, 경제력, 그리고 ‘엄마’처럼 포근한 눈길 말이다.

그러나 그건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내려놓는 대가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스무 살이야. 아직 뭐가 될지도 모르는데.”


남겨진 말

결국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못 하겠다고. 그녀는 눈을 흘기더니 가방을 들고 나갔다. 3개월 뒤 동창 결혼식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나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눈에서 아직도 화를 볼 수 있었다.

‘스무 살이던 나는 결국 내 미래를 지켰던 걸까, 아니면 내 미래를 저버린 걸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군가가 당신의 삶 전체를 담보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 사랑이 달콤한 독처럼 목끝까지 내려갈 때. 당신은 그 잔을 비울 수 있을까, 아니면 깨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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