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가 투명해지는 7초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릴 때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지하주차장 출구, 그녀가 우산 없이 서 있었다. 흰 셔츠가 젖으며 등 골이 드러났다. 브라 끈 하나,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허리까지 이르는 길이 딱 7초. 지금 달려가면 캐리어를 잡아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끝이 떨렸다.
그녀는 1704호, 유라 씨. 아이 둘 엄마인데도 어깨 뼈가 날카로웠다. 남편은 어젯밤도 늦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CCTV로 그녀가 출근하는 걸 확인한다. 단 한 번도 눈 맞은 적 없는, 완벽한 스토킹.
내가 원한 건 등이 아니라 파열음
그녀의 등은 아무도 못 본 척하라는 경고였다.
나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관계'를 갈망했다. 시들어가는 결혼, 누군가에게서조차 읽히지 않는 욕망. 유라 씨의 뒤태는 내가 놓친 모든 갈등을 대신 말해줬다.
저 여자도 매일 밤 누군가의 등을 떠밀며 잠든다. 그런 생각이 나를 음지로 밀어 넣었다. 실제로 만져본 적 없는 피부가 가장 뜨거웠다. 내 아내는 이제 나를 볼 때도 눈을 피한다. 그래서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유라 씨의 허리 굴곡을 외운다.
그녀는 모르는 척, 나는 아는 척
지난주. 아이들 키울 때 썼던 유모차를 버리러 나온 유라 씨.
오늘도 남편은 회식?
...네, 어쩌다 보니. (피식 웃으며) 혼자서도 잘해요.
도와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집에 가까워서.
아이들은?
큰애는 학원, 작은애는 할머니 댁. 오늘밤은... 혼자예요.
마지막 문장이 귓가에 남아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녀가 1704호 앞에서 열쇠를 꽂는 순간, 나는 복도 끝에서 멈췄다. 문이 닫히기 직전 힐끗 봤다. 그녀는 신발을 벗으며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있었다. 뒤태가 반쯤 드러난 채 사라졌다. 그날 밤 나는 아내 곁에서 처음으로 거짓말했다. "야근이야." 나는 5분마다 CCTV를 확인했다. 빈 복도, 그리고 혼자인 그녀.
엘리베이터 안의 43초
두 달 전, 직장에서 새벽 2시 퇴근길.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늦으셨네요.
네... 아이들이 아파서 약을 사러 나왔다가요.
혼자 힘들죠?
(잠시 눈을 감고) 가끔... 누군가 대신 눈을 감아줬으면 해요.
그녀는 눈을 떴을 때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43초, 그게 전부였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다시 남편의 아내로 돌아갔다. 나는 지하주차장에서 30분 동안 꼼짝도 못 했다. 그 43초의 욕망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만든 환영인지.
우리는 왜 금지된 것에 열광하는가
결혼이라는 울타리는 욕망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울타리 너머를 바라본다. 유라 씨의 뒤태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였다. 내가 원하는 게 섹스인지, 아니면 결혼의 허점을 메울 수 없다는 절망인지.
심리학자 브라운은 말한다. "인간은 끝없이 가까워지려 하지만, 동시에 침범당하지 않기를 원한다." 유라 씨는 나에게 침범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끝없이 침범하려 했다. 눈으로, 상상으로, 거의 매일 밤.
아직도 복도를 서성이는 나
오늘도 유라 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갔다. 어깨에 물방울 하나 맺혀 있었다. 나는 5분 뒤에 따라 나섰다. 같은 아파트, 같은 엘리베이터, 같은 남편이 없는 밤.
그녀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린 시간을 원하는 건 아닐까.
내일 밤 유라 씨가 혼자일 때, 나는 정말 벨을 누를 수 있을까. 아니면 평생 뒤태만 바라보며 늙어갈까.
문이 열릴까, 아니면 그대로 닫힐까. 오늘 밤 당신도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빨을 악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