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면 꼭 이 레스토랑에요. 아내에게도 소개했으니까."
정우는 와인잔을 돌리며 말했다. '아내'라는 단어가 네 번째로 나온 순간, 지수는 숟가락을 놓았다.
그래, 네가 결혼했다는 건 알고 있어. 근데 왜 나한테 이걸 먼저 말해?
그녀의 속눈썹이 떨렸다. 두 사람은 해외 출장의 첫날 저녁, 도쿄 시부야의 펍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고개 숙인 순간, 눈빛이 내려앉았다
정우는 계산을 하며 지갑에서 흘러나온 가족사진을 꾹 눌러 집어넣었다.
아이가 두 명이나 있구나.
지수가 우연히 스쳐본 사진 속 아내는, 아마도 지수보다는 못생긴 편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그녀의 가슴속에 무언가 꿈틀거렸다.
그는 왜 반지를 벗지 않았을까
결혼반지를 낀 손으로 내 무릎을 만졌을 때, 나는 더 흥분했다.
마치 ‘이건 누구 것도 아닌 내 전리품’이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정우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완벽한 가장이었다. 그의 LinkedIn 프로필엔 ‘가족이 최우선’이란 문구가 있었고, 사내 봉사활동 사진에선 아이들과 웃고 있었다.
아는 여자들은 그의 '선'을 잘 알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그 선을 넘게 할 수 있다면, 나만의 능력 아닐까.
둘만의 도쿄: 엘리베이터 47초의 함정
"오늘 리포트 같이 쓰실래요?"
정우는 27층 숙소 복도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두 사람의 방은 바로 옆.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아내에게 '야근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지수는 그가 문자를 보내는 동안 방 현관에 서 있었다.
눈치를 주려고? 아니면 초대?
"들어올래요?" 정우가 문을 열었다.
47초 후 엘리베이터가 다시 27층에 도착했다. 지수는 그 안에서 입술이 부어 있었다.
밤새 메모장에 적은 몇 가지
- 그의 손은 내 몸을 만질 때마다 '죄책감'을 더했다. 더 뜨거워지는 이유
- " , "죄송합니다" : " 사랑한다" , "보고 싶다" : " 절대라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 " 부인" : " 너" , " 아이들" : " 미래" , "그의 반지는 차갑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