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봐, 눈이 너무 완벽해. 뭔가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아.”
하경은 친구 수진이 내민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화면 속 민우의 턱선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잘려 있었다. 댓글 수천 개, 도배된 하트. 수진이 별것 아닌 듯 덧붙였다.
“잘생긴 애들 다 그래. 믿지 마.”
그 말이 귀를 스치는 순간, 하경의 몸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나는 다를 거야.’
한 달 뒤, 강남의 한 와인바. 민우는 하경의 앞에 앉아 있었다. 키 185, 외국계 회사, 레드 와인 200병 넘게 모은다는 프로필이 전부 사실이라는 걸 술잔 너머로 확인했다. 민우가 화장실에 일어나자, 하경은 재빨리 휴대폰을 열어 카톡을 쳤다.
하경: 잘생겨서 별로일 것 같아 하경: 근데 눈이 너무 착해 보여서 헷갈려
도어가 열렸다. 민우가 돌아오면서 하경의 어깨를 슬쩍 털어 줬다. 손끝이 살짝 닿은 곳이 따끔했다.
“먼지 났길래.”
그날 밤 둘은 침대 위에 있었다. 민우는 끝나고도 계속 머리를 쓰다듬었다. 끈적한 손가락이 이마를 타고 눈두덩까지 내려왔다. 냄새가 났다. 샴푸, 땀, 그리고 생경한 레드 와인 잔향.
“나, 사실 연애는 별로 안 해. 사람이 많이 상처받더라.”
하경은 그 말에 중독됐다. ‘내가 특별한 거야.’
다음 날, 연락은 끊겼다. 그러나 민우의 턱선은 전날의 숨소리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열흘 뒤, 대학원 강의실. 하경은 선배 수빈의 팔뚝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정맥이 셔츠 소매 아래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수빈은 늘 소매를 걷고 설명했다.
“교수님 앞에서는 좀 조심해야 해서…”
그 말에 하경의 몸이 다시 화르르 달아올랐다. ‘내가 금기를 건드리는구나.’
연구실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 뒤에서 들어오는 숨소리— 머릿속 영화가 시작됐다. 현실은 달랐다. 수빈은 하경의 쪽지를 “귀엽다”며 다른 학생들에게 퍼뜨렸다. 자존심만 상한 채, 하경은 몇 주를 그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그러면서 하경은 깨달았다. ‘잘생긴 놈=나쁜 놈’이라는 공식이 자신을 더 깊은 늪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외모로 먼저 판단해 버리면, 그가 진심일 때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그 방패를 뚫고 싶은 충동이 뒤틀린다. ‘나는 다르지’라는 착각이 생기는 순간, 자기가 만든 심리적 오염 지도 위를 질주한다.
새벽 2시 29분. 하경은 혼자 침대에 누웠다. 휴대폰 화면 속 민우의 사진을 다시 확대했다. 턱선이 내려앉은 그림자처럼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침대 시트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냄새— 샴푸, 땀, 레드 와인 잔향— 이 흩날렸다.
‘이번엔 달라.’ 그 말을 속삭이며 오른손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그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정하면서도 누군가의 눈빛에 홀려 드는 괴리— 알코올은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밤마다 한 모금을 원는 중독처럼.
그 잘생긴 남자가 진짜 악마라면, 왜 여전히 침대 위에서 천사를 연기하길 바라는가?
아니, 정말 묻고 싶은 건 이거다.
당신은 지금도 그 미소를 끝까지 믿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