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수진, 전화 받는 순간 내가 그녀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민우의 아내 수진과의 불륜 끝에,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을 걸었다. 한마디 선고가 세 사람을 짐승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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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전화 받는 순간 내가 그녀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0. 잠긴 화면 위로 ‘아내’라는 이름이 떴다. 수진이었다.

“당신 남편이랑 잤어요. 이제 그만 만나게 해 주세요.”

한순간 숨이 끊겼다. 신호가 끊겼다. 손가락은 굳어 있었다. 차가운 액정이 뺨을 스쳤다. 돌이킬 수 없는 한마디가 공기를 갈랐다.


1. 민우는 첫 날부터 남의 남편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휴대폰을 돌려가며 수진 사진을 자랑하던 사람. 같은 팀, 같은 프로젝트, 같은 야근을 나눠 먹던 동료. 그의 믿음직스러움이 서서히 독이 되어 번질 때, 나는 그 독을 맛보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수진과 단둘이 마주쳤던 건 동호회 뒤풀이 끝. 민우는 먼저 나갔고, 우리는 우산을 나눠 썼다. 빗방울이 천막 위로 톡톡 떨어질 때, 샴푸와 비 냄새가 섞여 스멀었다. 그날 이후 민우의 목덜미 뒤에 항상 수진의 입맞춤이 얹혀 있었다.


2. 한 달 전, 주차장 지하 3층.

형광등 꺼진 칸막이 뒤, 조수석에 앉은 수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안에 비친 민우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더 깊이, 더 깊이 입을 맞췄다. 그녀의 목덜미에서 민우의 향기가 났다. 혀끝으로 그 향기를 떼어내고 싶었다.

오늘은 진짜 마지막이야.

그 말은 숨겨진 다짐이자, 더 깊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민우의 야근은 우리의 지하실 문이었다. 믿음은 비밀을 지켜주는 가장 단단한 자물쇠였다.


3. 술 한 병을 비운 뒤, 전화기를 들었다.

“당신 남편이랑 자고 있어요. 이제 그만 만나게 해 주세요.”

침묵이 길었다. 끊기는 순간, 민우의 믿음직스런 웃음이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넘길 때마다 어깨를 토닥이던 그 손길. 그 믿음이 깨지는 소리는 초라할 것이다. 나는 뭘 얻으려던 걸까. 민우의 전부를 차지하려던 걸까. 아니면 단지 부서진 믿음의 파편 위에 서고 싶었던 걸까.


4. 새벽 두 시, 민우의 검은 세단이 들어왔다.

유리는 살짝 내려져 있었다. 민우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게 아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는 차분했다. 수진이 말했을 것이다. 아니, 내 전화를 들었을 것이다.

민우는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차는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5. 조수석에 놓인 검은 실크 머리띠를 들었다.

수진이 내 차에 두고 간 것. 민우는 아직 모를 것이다. 그의 아내가 내 차에 앉았던 사실을. 시동을 걸었다. 도로 위로 나오자 민우의 차가 보였다. 신호 앞에 멈춰 있었다. 희미한 뒷모습이 비쳤다.

신호가 바뀌었다. 민우가 오른쪽 깜박이를 켰다. 나도 따라갔다. 민우가 왼쪽으로 꺾었다. 나도 따라갔다. 우리는 서로를 쫓았다. 민우는 나를 끌고 있었다.

결국 민우의 차는 다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민우는 차에서 내렸다.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그만해.”

한마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는 차로 돌아갔다. 나도 돌아갔다. 민우의 차는 다시 출발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 안에서 머리띠를 꼭 쥐고 있었다. 민우는 나를 믿었고, 나는 그 믿음을 배신했다. 수진은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 사랑을 이용했다.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민우의 그림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민우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차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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