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47분. 화장실 갔다가 남편 핸드폰이 카운터에 있길래 봤다. 잠금화면엔 '녹음 1개'만 덩그러니. 눌렀다.
'...오빠, 나 오늘 진짜 보고 싶어. 여기서 자면 안 될까?'
여자 목소리. 떨리다 못해 녹음기를 다 깨물 것처럼 간절한 숨소리. 단 한 마디였지만 모든 게 느껴졌다. 누가, 언제, 무슨 상황에서 남겼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내가 아니었다.
그녀가 남긴 발작 같은 달콤함
이건... 무슨 목소리지.
결혼 3년, 딸 하나 키우는 동안 남편이 그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을까. 우리는 이제 잠옷 차림으로 스마트폰만 바라보다 잠드는 사이였다. 누군가는 그의 귀에 숨소리를 박아 놓았다. 그것도 10년 전엔가.
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를 원했던 적이 있다. 그것도 질퍽하게.
숨겨진 욕망의 구석진 방
나도 모르게 다시 재생을 눌렀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목소리는 매번 더 달콤해지고, 내 가슴은 더 커졌다.
왜 이게 아직 남아있지?
버릴 수 없는 목소리. 그건 남편의 휴대폰에 있었지만, 사실은 나에게 있었다. 나는 그 한 마디를 되풀이하며, 그녀가 아닌 내가 그렇게 절박해지고 있었다.
유리 병 속에 갇힌 목소리
"민서야, 진짜 미안."
남편이 눈을 뜨고 말했다.
"그건... 아직 못 지운 거야?"
"어... 그냥 있길래."
그냥 있길래?
그녀는 10년 전 그의 대학 동아리 후배였다. 민서. 이름만 들어도 남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결혼 6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남편은 그때부터 3일을 울었다.
"아직도 그리워?"
"아니... 그냥."
그냥. 그 말 속에 수백 가지가 있었다. 나는 알았다. 민서의 목소리는 죽었지만 그 욕망은 살아 있었다. 그녀가 원했던 그날 밤, 남편은 가지 않았지만, 그건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죽은 여자의 달콤한 복수
민서의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왔을 때였다.
"우리 민서가... 민혁이를 그렇게 좋아했거든요."
그녀는 남편에게서 받았다는 편지를 꺼냈다. 10년 전 민서가 보내지 못한 편지.
'오빠, 나 오늘 밤 진짜 보고 싶어. 여기서 자면 안 될까?'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그녀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남편은 그날 나를 만나러 왔다. 민서는 집에 혼자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나를 원했지만, 남편은 나를 선택했다.
그래서 그녀는 죽었다.
우리가 왜 이 목소리에 끌리는가
그녀는 더 이상 없지만 그 욕망은 있었다. 죽음이 끝내지 못한 욕망. 그건 이제 우리 부부 사이에 있는 유령이었다.
남편은 민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도 그날 밤을 떠올릴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혁을 더 원하게 될까. 우리는 서로를 원하지만, 동시에 그 유령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벽 3시 15분. 나도 모르게 녹음 버튼을 눌렀다.
'...여보, 나 오늘 진짜 보고 싶어. 여기서 자면 안 될까?'
내 목소리. 남편이 깨어났다.
"...왜 갑자기?"
"그냥."
나는 그날 밤 민서가 했던 말을, 민서가 느꼈던 감정을, 그녀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되풀이하고 있었다.
당신도 한 번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나. 그 달콤한 욕망 속에서, 당신은 누구를 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