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남편이 보낸 500만원, 왜 나는 친정엄마 앞에서도 입을 다물었을까

결혼 7년 차, 아내가 우연히 본 은행 거래 내역. 첫째 아이보다 예쁜 그녀에게 보낸 돈의 액수는 생일 선물보다 두 배였다. 그리고 그 돈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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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카카오뱅크 푸시 하나

"최○○님, 5,000,000원 출금. 잔액 2,340,000원."

스마트폰 화면이 짧게 울렸다. 나는 아이 뒷좌석에서 잠든 송이를 재우느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이 떨어졌다. 5백만원. 월급 통장이 아닌, 남편이 ‘비상금’이라며 따로 만든 계좌에서 나간 금액이었다. 내 생일 선물로 받은 25만 원의 20배.

그날 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가족사진이 유난히 시끄러웠다. 송이는 뽀얀 뺨에 진저리가 날 만큼 예뻤지만, 그건 내 DNA를 빼닮은 ‘첫째’라는 타이틀 때문은 아니었다. 남편은 사진 속 송이의 코 끝을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 송이는 엄마 닮아서 인상 쓰면 귀여워."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그 말에 살짝 겁먹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아닌 순간이었다.


우리 집 지하 주차장, 10월 17일 00:47

남편은 자취방 뺑소니 사고라며 한 달째 밤마다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CCTV에는 그가 여자 한 명을 태우고 나가는 차량이 잡혀 있었다. 흐릿했지만, 여자의 옆태는 분명했다. 예쁘다는 단어가 먼저 번쩍였다. 송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예쁘다’라고 말할 때 남편이 쓰던 눈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송이보다 예쁜가? 아니, 그녀에게 송이를 빼닮은 구석이 있어서 더 예끼워 보이는 건가?

나는 차 안에서 멍하니 송이를 안고 있었다. 송이는 꿈에서 웃으며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그 손에 남편이 줄 선물은 25만 원짜리 디올 립스틱 세트였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5백만 원이 카카오뱅크 실시간 입금으로 갔다. 분명 그녀도 10월 생일이었다. 송이와 같은 달.


욕망의 해부

왜 ‘예쁘다’는 단어에 5백만 원이라는 화폐 단위가 붙는 순간, 나는 침을 삼켰을까. 남편이 ‘첫째’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때마다, 나는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첫째=나의 DNA. 둘째는 아직 없지만, 혹시라도 둘째가 그녀와 닮으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완전히 소외된다.

내가 원한 건 단지, 예쁘다는 말 한마디였을까. 아니면, 남편이 내게 쏟는 감정이 첫째에 투자되는 만큼 커지길 바랐던 건가.

그래서일까. 남편이 보낸 5백만원은 사실 내게 보낸 거래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아닌 곳에 난 투자한다’**는 선전포고였다. 나는 차 안에서 송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송이는 아직 모른다. 엄마의 속눈썹에 눈물이 맺힌 채, 아직 모른다.


실제 같은 이야기 1. 그녀는 지하철 2호선에서 태어났다

‘민서’는 29세, 올해 우리 아파트 단지 옆에 새로 생긴 뷰티샵 원장이었다. 남편은 민서에게 ‘자연스러운 미인’이라는 칭찬을 쏟아냈다. 민서의 SNS에는 붉은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물빛 광채 피부가 주를 이뤘다. 그녀는 송이처럼 반쪽짜리 웃음을 지었다. 10월 17일 그녀의 생일, 남편은 그녀에게 전용 VIP 룸을 빌려줬다.

‘송이는 오늘도 혼자 방과후학교에서 기다릴 거야.’

남편이 보낸 문자는 짧았다. 나는 그날 회사에서 야근 중이었다. 민서는 남편에게 투턱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늦어도 괜찮아요, 오빠 덕분에 예쁜 곳에서 쉬고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묻은 살짝 여린 연애 감정이,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치환된 욕망처럼 느껴졌다.


실제 같은 이야기 2. 은행 직원 ‘김유진’ 씨가 본 것

은행 직원 김유진 씨(32)는 그날 오후 2시, 남편이 민서에게 5백만 원을 보내는 장면을 목격했다. 남편은 창구에 선 채, 민서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작은 쪽지 하나를 덧붙였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생일 축하해. 송이가 자라면 너처럼 될까 봐, 미리 예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김유진 씨는 퇴근길에 나와 우연히 같은 전철을 탔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속삭였다.

“저도 결혼 5년 차인데...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아이를 닮은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게 맞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그만큼 모른다는 표정이 나왔다. 김유진 씨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전철 문이 열리자 그녀는 사라졌다. 나는 손에 쥔 봉투 하나를 꼭 쥐었다. 그 안에는 남편이 사 온 송이의 생일 선물이 들어 있었다. 디올 립스틱 세트. 25만 원.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장된 자기 자본 이전’이라 부른다. 내가 가진 DNA를 확장하는 대가로, 나는 뭔가를 대체 불가능한 투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투자는 언제나 빈곤하다. 왜냐하면, 진짜로 내가 원한 건 ‘나’였기 때문이다. 송이의 미래는 이미 내 미래가 아니기에, 남편은 그 미래를 대신할 다른 예쁜 실루엣을 선택했다.

사랑이란 무엇보다 아름다운 대체물을 향한 투자 중독인가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DNA를 복제하면서, 동시에 그 DNA를 초월하는 누군가를 바라본다. 아이가 예뻐야 부모도 예뻐진다는 믿음.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제나 틈새를 남긴다. 그 틈새에 5백만 원이라는 현금이 끼어들었다.


마지막 질문

오늘 밤, 송이가 잠든 사이 남편은 다시 나간다. 나는 카카오뱅크 알림을 끄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질문을 품고 있다.

송이가 그녀처럼 예뻐지면, 나는 사라질까? 아니면 그때서야 남편의 5백만 원은 내 통장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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