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골목에 버려진 남편의 뒷모습, 내가 본 건 사랑의 시신이었다

육아 파탄의 순간, 아이 둘 키우며 무너진 나는 결국 남편의 초라한 뒷모습을 응시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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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버려진 남편의 뒷모습, 내가 본 건 사랑의 시신이었다

새벽 세 시 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건 담배 연기 사이로 흐릿한 그의 어깨였다. 방금 전까지 유모차를 밀며 집에 들어온 남편, 아이 하나를 안고 왔다가 남아있는 아이를 또 데려오려 나선 사이로.

나는 아직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저 남자, 정말로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칼날처럼 스쳤다.

눈물 젖은 젖꼭지와 남편의 허리

유추는 아직 열려 있었다. 둘째는 한 시간마다 젖을 찾았고, 첫째는 엄마도 아빠도 아닌 ‘애기’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세 살 차이 난 아이들이 난장판을 만든 15평 아파트.

그 와중에 남편의 허리는 점점 굽어갔다. 처음엔 의자에 걸터앉아 아이를 안고 있던 자세가, 어느새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자기도 따라 엎드린 모습이 되어 있었다. **‘나도 힘들어’**라는 말 대신, 그는 그냥 허리를 굽혔다.

‘이 사람도 나처럼 죽어가는구나.’

그 순간 나는 사랑이 아니라,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욕망의 침묵

사실 나는 바랐다. ‘이 정도면 포기해도 된다’고 외치는 그의 등을 보고 싶었다.

‘그래, 네가 망가져도 돼. 그래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얼마나 음습한가. 아이 둘 키우며 뼈가 으스러지는 와중에도, 남편의 파탄을 응시하는 것이 내게 희열처럼 느껴졌다.

이건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었다.

  • 나를 살리기 위해선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원초적인 생존 본능.
  • 그의 무너짐을 지켜봄으로써 비로소 내 고통이 정당화된다는, 왜곡된 안도감.

실화처럼 눈앞에 펼쳐진 두 장면

지하주차장, 새벽 1시 12분

민석은 아직도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엔진은 꺼졌고, 조수석에는 둘째의 분유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내 문자: 아직?
30분 전.
아내: 빨리 와.
민석: 5분만
(그 5분은 두 시간째 이어지는 중)

그는 차를 떠나기 싫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거실엔 아내의 눈물범벅이 되어있는 소파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스피커처럼 튀어나올 테니까.

그래서 민석은 그냥 차 안에서... 잔다. 새벽 두 시, 유리창에 안개가 끼어가는 동안, 그는 자신이 ‘아빠’라는 이름의 좁은 관 속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화장실, 오후 4시 46분

도연이 변기 위에 앉아 있는데, 첫째가 문을 두드렸다. “엄마, 동생 똥했어.” 도연은 순간 ‘그래서?’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 ‘그래서 내가 똥 닦아야 해?’
  • ‘그래서 나도 네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받을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일어났다. 민석은 거실 소파에 엎드려 있다가, 도연이 지나가는 걸 봤다. 그녀의 뒷모습은... 살아있는 시신이었다. ‘저 사람이 내가 사랑했던 여자였나?’ 민석은 입안이 쓰려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왜 우린 이 파국을 원했을까

부부란, 사실은 같은 곳으로 낙하하는 두 낙하산 같은 것이다.

  • 한 명이 바닥에 먼저 부딪히면, 다른 한 명은 그 위로 낙하한다.
  •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갈기갈기 찢겨야, 나머지는 살아남는다.

육아는 그런 낙하산의 낙하 속도를 가속화한다. 아이 둘을 키우며, 우리는 서로를 미끼로 삼아 살아남으려 했다. ‘네가 먼저 망가지면 돼’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서로를 얼마나 미워하는지를 지켜본 기억이 있다. 그때 느낀 것은 *‘사랑은 결국 누군가를 죽이는 거구나’*라는, 오싹한 확신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대답

문제는, 우리 둘 다 살아남았다는 거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지금도 민석은 거실 소파에 엎드려 있다. 도연은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 사람과 나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까?’

아니,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끝까지 망가뜨릴까?’

그 질문에 아직 대답은 없다. 다만 아이들의 숨소리가 밤마다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 그리고 민석의 허리가 조금씩 더 굽어간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초라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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