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아내의 싫증난 포옹은, 내가 숨 쉬는 유일한 공기였다

결혼 7년차, 아내는 ‘안겨도 되니까’ 더 이상 안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했다. 나는 그 포옹이 없으면 숨이 턱턱 막혔다. 왜 우리는 끝없이 품어달라고 애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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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싫증난 포옹은, 내가 숨 쉬는 유일한 공기였다

내가 손등으로 그녀의 허리를 살짝 훑었을 때, 지윤은 냉장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또? 지금 요리 끝냈는데 더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주방 조명 아래 나지막이 떨리던 내 손가락이 부끄러워 발뒤꿈치로 밀쳐졌다. 그녀는 쿠션 하나 들고 거실로 나가버렸다. 1.5초 만에, 나는 다시 혼자였다.


포옹은 사치가 됐다

결혼 전만 해도 지윤은 나를 안고 있기 위해 지하철을 한 정거장만 더 타곤 했었다. 퇴근길에 서 있을 때 면허증보다 먼저 꺼내던 게 나의 몸이었다. 그녀는 내 팔뚝에 뺨을 붙이며 "넣어줘요"라고 했다. 입을 벌려 대충 끼워 넣는 어린아이처럼.

지금은 그녀가 먼저 눕는 침대 한쪽 끝, 40cm. 그 거리는 내가 누우면 3cm도 줄지 않는다. 같이 있지만 나는 항상 추워서 바스락거린다. 아내는 "왜 그래?"라고 묻지만, 나는 꿀꺽 삼킨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니콜라와 토요일 오후

니콜라(가명·35)는 어젯밤 온몸이 부서질 듯 울었다. 남편 승민은 그녀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왜 우는데? 말 좀 해봐!" 외마디 비명이었다. 니콜라의 대답은 단 한 문장. "그냥 한 번만 꼭 안아줬으면 해." 승민은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새벽 3시야. 너무 피곤해."

니콜라는 그날 이후 식탁 아래 발가락을 비비대며 "미안, 너무 집착했나 봐"라고 했다. 그녀 스스로를 미친년이라고 낙인했다. 그런데 아침마다 거울 속 눈 밑이 쪽으로 패인 것은 사실이었다. 승민은 니콜라의 뺨을 살짝 쓰담으며 "차분해져"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 손길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대리석 바닥에 놓인 듯 차가워졌다.


하정우(가명·41)의 실험

하정우 씨는 아내가 새벽 비행기를 탔던 날, 침대 옆에 쇼핑백 두 개를 세웠다. 그 안에 자기 티셔츠를 넣고, 봉투 입구를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의 양팔이 아내 허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47분.

아침에 일어나니 가방이 무너져 있었다. 티셀 수건처럼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시뻘겋게 떠밀며 아내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보고 싶어요." 3분 뒤 답장이 왔다. "나도. 빨리 와." 그런데 돌아온 아내는 하정우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는 화장대로 갔다.

정우는 그날부터 스스로를 꼭 안았다. 커튼 뒤에 숨어 팔짱 끼고 몸을 흔들었다. 문 앞에서 아내의 발걸음이 들릴 때마다 서둘러 손을 놨다. 그는 혼자만의 레슨처럼 숨 죽였다. 정우는 그날 이후 한 달 만에 6kg이 빠졌다. 의사는 원인 불명이라 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몸이 먼저 복수를 시작했다.


왜 우리는 품어달라고 애원하는가

심리학자 테리 오텀 교수는 '정서적 반사경'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기일 때 부모 품에 안기며 느낀 따뜻한 진동이 뇌의 뱀주름에 새겨진다. 그리고 그 패턴은 죽을 때까지 우리를 따라온다. 성인이 된 뒤에도 그것은 생존 전략이다. 안기면 맥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주르륵 씻겨 내려간다.

하지만 결혼 5년 차만 되면 반사경은 닳는 법. 상대는 더 이상 '새로운 접촉'이 아니라 '일상의 장애물'로 변한다. 우리는 그저 있어서 껴안힐 수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욕망은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내가 원하는 건 사실 고통일지도 모른다. 안겨 있을 때 주는 조그만 타격, 그 떨림 하나하나를 세어보는 중독.


너의 몸은 지금 무엇을 원하나

나는 아직도 지윤의 등판에 손을 얹는다. 그녀가 밥 먹다 한숨을 내쉬면 나는 지금 괜찮을까를 헤아린다. 오늘도 안기면 떼일까. 혹시 조금만 양보해줄까.

문득 든다. 내가 원하는 건 포옹이 아니라 거절당하는 순간 아닐까. 맞아, 거절당할 때마다 나는 더 깊숙이 아내의 품에 자리를 파고들고 싶어진다. 결국 나는 아내가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몸은 왜 내가 밀려나는지를 연구한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안고 있더라도 너는 혼자인가 아닌가를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몸은 지금 무엇을 원하나. 그리고 그것을 받지 못할 때, 너는 누구를 미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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