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미끄러진 호텔 키, 남편의 손엔 절대 닿지 않을 것이다

홍대 바에서 건네받은 카드키 하나. 결혼 7년 차 정수는 그 열쇠로 세 번의 금기를 열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채 지갑 깊숙이 숨기고 있는 당신도, 이 이야기를 끝까지 숨죽이며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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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끄러진 호텔 키, 남편의 손엔 절대 닿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쓰지 마요'

'룸 1420. 오후 3시까지만 머무를게요.'

정수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 카드키는 도자기처럼 차가웠다. 30분 전, 홍대 어느 바에서 만난 남자가 말없이 건넨 것이었다. 그는 이름도,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숏팔 셔츠 소매 위로 드러난 팔뚝 근육과, '결혼하셨죠?'라고 물었을 때 굳어진 미소만이 남았다.

정수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남편은 아직 퇴근 전이었다. 냉동피자 두 조각을 데워놓고, 세탁기에 돌릴 양말을 분리하는 동안 그녀의 손은 계속 주머니 속 조그만 플라스틱을 만졌다. 카드키의 모서리가 살을 찌르는 듯했다. 이건 뭘까. 단순한 플라스틱일 뿐인데, 왜 이리 두근거리는 걸까.


남편이 몰랐던 무게

결혼 7년 차, 정수는 남편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애정도, 경제력도,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완벽함'은 벽이 되어버렸다. 남편이 문을 닫고 나간 뒤, 침대 시트 위로 남는 체온은 마치 조용한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했다.

'나는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것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누구에게도 반짝이지 않았던 나 자신이 필요한 걸까.'

홍대 바에서 그녀를 본 남자의 눈빛은 달랐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는 아직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 눈빛이 주는 환각은, 30대 중반의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를 다시 '선택받은 여자'로 만들어주었다. 키 하나가 주는 환각이었다.


그녀는 쓸 수 있었다

"아직 안 썼어요?"

카톡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보낸 사람: '홍대 9/15'. 정수는 저장해둔 이름이 웃겼다. 그날 이후로 세 달, 그녀는 그 키를 지갑最深層에 넣어두었다. 세 번 이용했고, 매번 다른 남자였다. 같은 호텔, 같은 층, 다른 방.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는 여자들의 눈빛은 똑같았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첫 번째 남자는 대학원생이었다. 이름도 묻지 않았다. 콘돔 하나, 맥주 두 캔, 그리고 47분간의 몸짓만이 오갔다. 두 번째 남자는 이혼 2년 차 직장인. "왜 여기서 사나요?"라고 물었더니 "집에 가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리고 세 번째 남자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정수의 손목을 잡고 "안 무서워요."라고 속삭였다.

안 무섭다니, 거짓말. 집에 갈 때마다 두려웠다. 남편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 두려움은 오히려 짜릿함으로 변했다. 나는 아직 파괴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결혼이라는 완성된 퍼즐에서, 그녀는 한 조각을 빼돌릴 수 있었다. 그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이, 그녀를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선화'는 꿈을 꿨다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주자면, 선화라는 여자가 있다. 35세, 남편은 연봉 9천의 로펌 변호사. 두 아들이 있고, 강남 아파트 34평이다. 어느 금요일 밤, 선화는 남편 전화를 끊고 홍대로 나갔다. 그녀도 카드키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쓰지 않았다. 단지 3시간 동안 호텔 로비 벤치에 앉아, 오가는 커플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이 잠든 사이,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울었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아니, 나는 왜 아무것도 하고 싶었을까.'

선화는 자신이 두려운 건 발각되는 것이 아니라,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 그것이 가장 잔인한 형벌이라는 걸, 그녀는 그날 깨달았다. 카드키는 그녀의 지갑에서 아직도 빛난다. 사용하지 않은 채로.


금기의 꿀맛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유령욕망'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미 가진 삶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가능성들을 상상한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선택했다'는 착각을 준다. 하지만 사실은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다른 모든 남자들, 다른 모든 삶들. 그것들이 금기가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들이 얼마나 달콤했을지를 상상한다.

카드키는 그 상징이다. 아직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착각. 근데 사실, 그 키는 열리지 않는다. 단지 '열릴 것 같다'는 환각을 줄 뿐이다. 그 환각이 우리를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만든다. 마치, 절벽 끝에서 발을 내딛는 듯한 기분.


손에 남은 자국

정수는 어젯밤, 카드키를 분실했다. 지하철 안에서 지갑을 열어보니 사라져 있었다. 혹시 떨어뜨렸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버렸을까. 그녀는 모른다. 다만, 손바닥에 아직도 뭉툭한 플라스틱의 무게가 남아 있다. 그게 진짜였을까. 아니면, 그녀는 단지 뜨거워지고 싶었던 것일까.

남편은 오늘도 늦게 들어온다. 냉동피자 두 조각을 데워놓고, 세탁기에 돌릴 양말을 분리한다. 그녀의 손은 주머니 속을 더듬는다. 아무것도 없다. 그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이, 이제는 달콤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저 텅 비어 있다.

당신의 손에도 지금, 아직 사용하지 않은 키 하나가 들려 있지는 않은가. 그게 무엇을 여는지, 정말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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