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이제 나 떠날게, 막지 마

연인이 문고리를 돌릴 때, 당신은 잡을 손부터 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몸짓의 민낯을 기록한다.

이별욕망검증초월관계의 온도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그녀는 웃었다 "지수야, 나 진짜 떠날 거야."

술집 뒷문. 혜원은 검은 봉투 하나를 손에 들고 섰다. 담배 연기 사이로 그녀의 눈빛이 번쩍였다. 문이 닫히는 찰나, 그녀는 미소 지었다. 이번엔 진짜인가. 내 손이 먼저 움직였다—허공을 가르며,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혜원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문이 닫히고, 그녀의 웃음소리만 남았다.

“안 잡을 거지?”


숨길 수 없는 그림자 누구나 한 번쯤 사라지고 싶어 한다. 문제는 말을 꺼내는 순간이다. 막아줘. 내가 떠나는 걸 증명해줘. 혜원의 입술은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머금었다. 달콤한 초콜릿처럼 사랑해줘, 가시처럼 날카롭게 그래도 나는 떠날 거야.


지수, 31세, 0시 47분 나는 혜원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해왔다. 그녀가 남긴 쪽지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터질 듯 뛴 건 두려움이었다.

나는 사라질 거야. 그래도 당신은 모를 거야. 아니, 몰랐던 척할 거야.

그날 밤, 나는 혜원의 뒤를 밟았다. 회사 앞, 친구 집 앞, 술집 뒷문. 그녀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혜원아, 그만하자.” 그녀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왜 날 막으려고 해?”

대답은 없었다. 막고 싶은 게 아니었다. 막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으니까.


사라질 수 없는 사라짐 혜원은 침대 끝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어깨에 새겨진 문신이 지저분하게 번졌다. 어젯밤 동료 직장 여자와 잤다고 했다. “이제 나 진짜 갈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혜원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이럴 줄 알았어.” 숨이 막혔다. 말해줘, 막아줘, 내가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혜원은 셔츠를 챙겨 입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희생양은 늘 도망꾼을 원한다. 사라지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잔혹한 건,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거다. 당신은 나를 떠날 수 없어, 너무나도 내가 필요하니까.

우리는 사라질 권리를 시험한다. 문을 열어 두고, 지갑을 내놓고, 전화를 끄고. 그리고 기다린다. 누가 나를 찾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은 닫히고, 지갑은 그대로 두고, 전화는 꺼져 있었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마음을 검증하는 도구다.


문 앞에 선 나 사실 우리는 사라질 권리를 가진다. 문제는 그 권리를 행사할 용기가 없다는 거다. 가장 무서운 건,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이다. 그래도 나는 여기 있어.

혜원이 떠난 지 이틀째, 나는 그녀의 집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손에 열쇠가 있었다. 들어갈까. 아니면 그냥 돌아설까. 문고리를 잡은 손이 떨린다. 혜원이 남긴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다시 혜원의 그림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을 닫고 돌아서면, 나는 혜원의 사라짐을 끝내 증명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가 사라지려 할 때,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사라짐을 더 확실히 증명하는 데에만 급급할까. 문고리를 잡은 손이 떨린다. 문 안쪽에서는 혜원의 숨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건 내 숨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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