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훅 들어가며 비명 지른 순간,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첫 침대에서 마주한 남자의 극한 표정과 소리. 그 민낯의 순간 뒤에 숨겨진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우리가 왜 그 무게에 끌리는지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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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훅 들어가며 비명 지른 순간,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죽어버릴 것 같아—"
 그가 떨리는 숨결로 내 귀에 속삭였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갑자기 경직되었고, 내 손에 닿은 등 근육이 팽팽한 활줄처럼 부풀어 올랐다. 곧 이어 터져 나온 소리는,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동물적 신음이었다. 눈을 마주치는 찰나, 그의 동공이 너무 깊게 열려 있어서, 나는 그 안에 내가 빨려들어갈까 봐 두려웠다.


심장이 멈춘 체, 그래도 손은 그의 몸에 머물렀다

내가 무엇을 겁내는 거지?
이 순간은 내가 원했던 건데, 왜 살아 있는 것처럼 낯설까?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오르가즘을 맞이하는 순간을 ‘영화적’이라고 기억한다. 고요한 극적 장면. 하지만 현실은, 책장에서 튀어나온 날것의 표정이었다. 미간이 찌그러지고, 숨이 멎은 듯했다가 다시 거칠게 이어졌다. 눈꺼풀이 떨려서, 눈동자가 하얗게 일렁였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가장 허물 벗은 지점이라는 걸 알았을까?


민재의 사각거리는 침대

민재는 29살,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남자였다. 첫 데이트에서 인디언 식당 테이블을 빼곡히 메운 종이 포장지를 하나씩 접어 하트를 만들어 보여줬다. 두 번째 만남, 그의 원룸 침대 위에서 처음으로 봤던 그의 오르가즘은—나를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가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꾹 눌러대는 바람에, 나는 짧게 ‘숨 막혀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뒤로 한참 눈을 감은 채 흔들렸다. 내가 눈을 뜨니 그는 가슴에 상처처럼 새겨진 흉터를 드러내고 있었다. “중학교 때 심장수술 했어.” 그 말이 끝나자 침대는 갑자기 무거워졌다. 우리는 그날 밤 서로의 몸을 다시 찾지 않았다.


혜진이 목격한, 그의 비명소리

혜진(31)은 동네 헬스장 PT 트레이너였다. 그녀가 만난 건영은 낮은 허밍처럼 계속해서 성욕을 머금고 있던 35살 남자였다. 키스만 해도 단단해지는 몸, 그래도 그녀의 손길이 느려지면 불안한 듯 허리를 들어 올렸다. 첫 잠자리, 그는 혜진의 가슴 위에 얼굴을 묻고 오르가즘을 맞았다. 그때의 소리는, 허리케인이 유리창을 두드리듯 날카로웠다. “죄송해요, 오늘따라…”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잔뜩 무거워진 몸으로 그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 너머로 들린 물소리는 너무 길었다. 혜진은 침대 시트를 말없이 정리하다가, 바닥에 놓인 그의 지갑을 발견했다. 안쪽에 끼워진 사진—여자아이 앞치마를 입은 아이, 그리고 그를 안고 웃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뒷면에 날짜가 적혀 있었고, 여섯 해 전으로 거슬러 갔다.


우리가 왜 이 순간에 끌리는가

내가 원하는 건 사랑인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잔해인가?

심리학자 로버트 스텐버그는 사랑의 삼각이론에서 ‘열정’을 최상위 각으로 뒀다. 그러나 열정의 끝은 항상 해일처럼 밀려드는 죄책감과 공허함이다. 남자의 오르가즘은, 자신이 지닌 가장 민낯의 순간을 허락하는 동시에, 그 민낯을 목격한 이에게 엄청난 권한을 넘긴다. 나는 그의 극한을 목격했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껴안을지, 아니면 몸을 돌려버릴지뿐이다. 대개 우리는 두려움을 욕망이라 착각한다.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손을 뻗는 이유는—아마도 그 무게를 함께 나눠 짊어진다는, 기이한 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남자가 온전히 망가지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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