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는 내 입술에 아직도 아내의 이름을 새겼다

입맞춤 한 번에도 배신자, 피해자, 공범이 동시에 되는 법. 우리가 거짓말을 사랑하는 유일한 이유.

부정키스거짓말욕망현대연애17금

유미는 재현의 혀 끝에서 아내의 이름을 발견했다

침대 옆 스탠드 불빛이 흐릿하게 내려앉은 새벽 두 시, 유미는 눈을 감은 채 재현의 숨결이 닿는 귀를 간지럽혔다. 그가 이마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린 말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귀에 달라붙었다.

"…지수야."

차갑게 식은 공기 속에서 그 단어가 살아 움직였다. 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유미는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재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유미의 아래 입술을 삼켰다. 입 안이 철쭉처럼 터졌다. 피 맛이 났다. 유미는 피를 삼켰다. 그의 아내를 삼켰다.


냉장고 위에 놓인 두 개의 칫솔

아침 7시 14분. 유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다 멈췄다. 유리 선반 위에 초록색 칫솔 하나, 분홍색 칫솔 하나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분홍색은 유미 것. 초록색은 어젯밤 재현이 가져온 것. 손잡이에 아주 작게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

SJ

Shin Jisu. 재현의 아내. 유미는 칫솔을 들었다. 아직 물기가 말라 있지 않았다. 누군가 아침에 이를 닦고 갔다는 뜻이다. 유미는 칫솔을 코 밑에 가져갔다. 민트향과 함께 낯선 침 냄새가 났다. 그녀는 입 안으로 칫솔을 살짝 넣었다. 혀끝에 치약 알갱이가 톡톡 터졌다. 아내의 아칥 맛이 났다.


을지로 3가, 오후 12시 17분

재현은 유미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도 정오를 택했다. 햇살이 가장 눈부신 시간. 그늘 없는 곳에서 거짓말이 더 선명해진다.

유미는 걸어오면서 미리 말했다.

"나, 당신 아내 얼굴 알아요."

재현은 멈칫했다. 손에 든 커피가 살짝 흔들렸다. 에스프레소가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검은 얼룩이 번져갔다. 마치 흘린 피처럼.

"…그래."

"사진으로만. 친구 동생이에요. 작년에 결혼식 사진 찍어줬대요."

재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지수는… 내가 먼저 배신했어."

유미는 재현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손이었다. 차가운 거짓말이었다. 재현은 손등에 입을 맞추며 다시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당신이 나를 배신하면 되지 않을까."


배신자, 피해자, 공범

새벽 세 시 22분. 유미는 다시 잠에서 깼다. 재현이 옆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현관으로 나갔다. 재현의 가방이 열려 있었다. 안쪽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 아내와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 유미는 손가락으로 사진 위의 얼굴을 따라갔다. 아내의 입술 위에 자신의 손가락을 대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로 대었다.

뒤에서 재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봤어?"

유미는 고개를 돌렸다. 재현은 맨몸에 서 있었다. 가슴에 흰 반점이 있었다. 유미가 아내 대신 물려다가 남긴 침 자국이었다.

"응."

"미안."

"아니. 좋아."

유미는 다시 사진을 내려다봤다. 아내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너도 곧 여기에 있을 거야. 나처럼.


거짓말은 서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주는 것

유미는 재현과의 네 번째 밤을 맞이했다. 침대 위에서 재현이 말했다.

"지수한테 오늘 이혼 서류 보냈어."

유미는 속으로 세었다. 열흘 전부터 똑같은 말을 들었다. 그는 서류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유미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힘들었겠다."

"너만 있으면 돼."

재현의 손이 유미의 가슴 아래로 내려갔다. 유미는 눈을 감았다. 아내의 이름을 떠올렸다. 지수. 지수. 지수. 재현의 손가락이 들어가는 깊이만큼 아내의 이름이 점점 깊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거짓말을 섬세하게 긁어내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아침 9시 15분,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다

유미는 재현이 나간 뒤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바닥에 작은 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우리 남편과 잘 지내고 있나요?

흰색 메모지. 아주 단순한 문장. 유미는 메모지를 주워 입에 넣었다. 봉투처럼 입천장에 붙여 삼켰다. 아내의 맛이 났다. 그녀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재현의 시계가 여전히 침대 옆에서 11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미는 시계를 들어 베개 밑에 넣었다. 잠시 후 다시 꺼냈다. 초침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못 고친 시계처럼 두세 칸 뛰어가다 멈추곤 했다.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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