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한 달째 만나는 그, 침대 위에선 나 대신 내 사진만 바라본다

스마트폰 속 나를 바라보며 흥분하던 그. 정작 내 앞에선 시선조차 주지 않는 이유는?

프로필집착사진화된욕망초기관계기만의침묵

“잠깐, 전등 좀 꺼줄래?”

민규는 침대 옆 조명을 꺼놓은 대신 휴대폰 화면 하나를 켰다. 창백한 빛이 우리 사이에 번쩍였고, 그 안에는 내가 아닌 나의 프로필 사진이 떠 있었다. 한 달째 만나는 그는 그날도 역시 내가 아닌, *‘그 사진’*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가 사라진 밤

처음엔 믿지 못했다. 술 한 잔 마신 뒤 그의 눈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확인했을 때였다. 내 눈이 아니라, 내 가슴이 아니라, 오직 휴대폰 속 나의 흐릿한 미소에.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왜 날 보지 않는 거지?’

고개를 숙이고 숨을 죽였다. 그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은 느꼈지만, 시선은 여전히 화면에 박혀 있었다. 사진 속 나는 선명했다. 빨간 립스틱, 45도 각도로 틀어 올린 어깨, 적당히 어두운 필터. 그 계정만의 나.


사진 속 여자와 현실 속 여인

민규가 처음 나에게 화살을 보냈을 때,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내 사진 말고 나랑 진짜 만나는 게 목적이었죠?”

그는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대답이 아니었다.

이후 한 달, 우리는 매주 만났다. 카페, 영화관, 술집, 이제는 침대까지. 그러나 민규의 시선은 본격적으로 나에게 온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내가 화장실에 간 틈, 식사 도중, 혹은 키스 중에도 휴대폰을 희미하게 켜서 내 사진을 확인했다. ‘지금 내가 옆에 있는데도’.


수진의 이야기, 혹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도 비슷해.”

어느 저녁 술집에서 만난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두 달째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했다. 이름은 지호. 그녀가 지호와 잠자리에 들 때마다, 지호는 침대 옆 상단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수진의 초창기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인화되어 있었다.

‘그는 내 사진을 보며 나와 잤어요. 진짜 내 눈은 안 바라봤고.’

수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흔들렸다. 두 사람은 사진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흥분했고, 그 외엔 서로를 외면했다.


왜 우리는 사진 속 상대에게 끌리는가

사진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현실 속 인물은 땀 냄새, 떨리는 숨소리, 예상치 못한 표정을 지어내지만, 사진 속 인물은 언제나 완벽한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그것이 ‘이상화된 나’다.

우리는 사진 속 상대에게 반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상대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만난 이가 *‘사진 속보다 덜 빛난다’*고 느껴지면, 현실을 외면하고 사진을 다시 꺼내든다.

이는 가상현실과 다르지 않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조각으로 만들어 가장 매끄러운 부분만 골라 소비하는 방식.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리딩이다.


침묵 속 잔혹한 질문

민규는 아직도 나의 프로필 사진만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도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그의 눈을 마주치려 애쓰지만, 그는 늘 스크린 너머의 나를 향해 눈을 감는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눈 속에 담긴 것이 진짜 당신인지... 아니면 스크린 속 당신의 그림자인지, 확신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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