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녀는 올렸다, 교복치마 위로 햇살 한 줌"
휴일 오후, 민서는 침대에 누워 우연히 남자친구 준호의 폰을 들었다. 잠금 해제는 간단했다. 지문이 누워 있던 손가락에 맞춰졌으니까. 인스타그램이 켜지자마자 민서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최근 검색 1위는 '@ye._.jin00'. 프로필 사진, 짧은 치마를 입고 교복 재킷을 걸친 여고생의 다리. 그리고 준호가 누른 좋아요가 47개. 사진은 하루 전, 올림픽공원에서 찍은 듯했다. 야자수 아래, 살짝 올라간 치마 밑으로 드러난 하얀 종아리. 민서는 멍하니 스크롤했다. 매일매일. 똑같은 계정. 그리고 똑같은 하트.
흔들리는 시선, 숨겨진 동공
나도 그 나이였잖아. 치마가 짧고 싶었던 것도, 누군가의 시선이었던 것도.
준호는 대학원생. 민서는 직장 3년 차. 나이 차이는 4살. 하지만 그 4살은 가끔 10살처럼 느껴졌다. 박예진이라는 계정을 보며 민서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불렀다. 나도 저렇게 말랐었나? 허벅지 안쪽 살이 헐겁게 늘어진 게 눈에 들어왔다. 준호는 늘 민서의 몸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 말은 이제 거짓말처럼 들렸다. 왜냐하면 그는 18세 여고생의 새하얀 어깨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첫 번째 목격자, 세진의 이야기
"나는 말했어. '왜 팔로우했냐'고."
세진은 카페에서 두 손으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감쌌다. 작년 11월, 남편 민혁의 휴대폰에서 발견한 계정. '@hr._.vely', 고2 여학생. 사진은 대부분 학원 후, 지하철에서 찍은 셀카. 살짝 내려간 마스크 아래 분홍색 입술. 세진은 그날 민혁에게 물었다.
왜 팔로우했어?
그냥... 동생 느낌?
동생이 저렇게 입술 쪽 클로즈업을 올려?
...
민혁은 대답 대신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리고 다음날, 계정은 사라졌다. 하지만 세진은 알고 있었다. 차단은 아니었단 걸. 그냐 보이지 않게 숨겼을 뿐. 그날 이후 세진은 민혁의 차 뒷좌석에서 늘 머리카락 한 올을 찾았다. 길이도 색깔도, 세진 것이 아닌. 그러다 민혁이 "회사 동아리 후배"라며 새로 산 머리끈을 선물했을 때, 세진은 그걸 쓰레기통에 던졌다. 분홍색 머리끈.
두 번째 목격자, 하늘의 기록
하늘은 3개월 전 남자친구 성우를 따라갔다. 신촌 클럽. 성우는 변호사 시험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날 클럽에서 하늘이 본 건, 성우가 한 소녀의 허리를 감싸고 춤추는 모습. 소녀는 고삼. 성우의 동생 친구. 하늘은 녹음을 했다. 변호사 지망생의 목소리가 찌그러졌다.
형... 여기서 뭐 해?
...하늘이?
나 지금 벌 받을까?
하늘은 그날 밤, 녹음 파일을 들으며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성우는 하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냥... 그 애가 너무 상처받을까 봐." 상처받을까 봐? 누가? 18세 소녀가? 아니면 자기가?
왜 우리는 18을 원하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집착은 결핍에서 온다." 하지만 그건 모른 척하는 거짓말이다. 우리는 단순히 젊음을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되감기다. 스무 살, 다시 돌아가서 나도 그날 그 교복을 입고, 누군가의 시선을 받고, 한 번도 늙지 않는 착각을 하고 싶은 거다.
남자들은 이걸 안다. 그래서 그들은 팔로우한다. 애써 댓글은 달지 않는다. 단지 구경만. 왜냐하면 그게 가장 안전한 금기니까. 민서는 준호가 그 여고생에게 댓글을 달았다면 오히려 덜 서러웠을 거다. 댓글은 전쟁의 선언. 하지만 준호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가장 큰 배신이었다. 민서는 늙어가고, 준호는 늙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 사이에 아무 말도 없었다.
아직 묻지 않은 질문
민서는 오늘도 준호의 뒷모습을 본다. 샤워 후, 거울 속에 선 그의 어깨. 그 어깨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민서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물어봐도 될까? 그러나 그 순간 민서는 알았다. 이미 늦었다는 걸. 물어본 순간, 관계는 깨질 것이다. 묻지 않으면, 그대로 썩을 것이다.
그날 밤, 민서는 혼자 잠들었다. 준호는 거실에서 가만히 폰을 눌렀다. 화면은 또다시 교복 소녀. 민서는 속삭였다. 이제 나는 너의 18이 될 수 없구나.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도 그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 침묵 속에서 늙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