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는 침대 끝에 앉아 웨딩드레스 지퍼를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여기도, 여기도. 빼먹지 말고 다시 봐."
침대 발치에 꿇은 채, 오늘도 그는 신부의 몸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훑어낸다. 결혼 전날, 이웃집 연탄 난로처럼 뜨거운 오후. 거실 커튼은 모두 치고, 조명은 의료용 스탠드만 남겨 뒀다. 병원에서 빼온 것처럼 차가운 불빛이 신부의 등줄기를 쓸어 내린다.
너의 몸은 내일부터 내 표본이야
"이걸로 끝이야?"
그녀는 목뒤에 남은 작은 홍조 하나를 손톱으로 긁었다.
다섯 번째 전화. 피부과 원장이 "하루 만에 올라올 수 있는 레이저"를 언급했다. 약간의 비닐 냄새, 약간의 피.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했다.
그는 메모지를 꺼내 사생활보호 필름에 붙이듯 덮었다. 왼쪽 엉덩이뼈 옆 멍울, 오른쪽 가슴 아래 닿는 작은 주근깨. 그가 표시한 곳마다 둥근 원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빨간색 펜 대신, 그는 딥플로마를 쓰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알았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욕망의 지도
최면술사처럼, 그는 그녀의 몸에 박제될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완벽이라는 단어 하나로 내려진 최후 통첩. 신부의 몸은 이제 공적 도로가 된다. 모든 시선이 지나가고, 모든 사진이 남길 바로 그 길.
그러나 그 욕망의 중심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네가 날 속이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그는 한밤중 이사의 말을 빌렸다. 자신이 키워온 사랑이, 실은 남들이 보기엔 조잡한 모조품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 그래서 검증받지 못한 것은 모두 도려내야 했다.
실화 같은 하얀 거짓말 두 편
1. 지수, 31세, 마포구
지수는 결혼 2주 전, 민우가 보낸 긴급 문자를 받았다. ‘혹시 가슴근육 운동했던 흔적 아직 있어?’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3년 전 헬스장에서 키운 작은 살이 생긴 부위를 확인했다. 다음날, 그녀는 청담동 성형외과에서 60만 원짜리 지방흡입을 예약했다. 의사는 "한쪽만 하면 안 됩니다. 대칭을 맞춰야죠"라고 말했고, 지수는 120만 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결혼식 당일, 그녀는 웨딩드레스 안에 붕대를 두르고 다녔다. 첫날 밤, 민우는 그녀의 두툼한 붕대를 보고 "어제 산책 많이 했나 봐"라고 웃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붕대 아래의 과거를, 그리고 그녀의 두려움마저.
2. 현정, 29세, 부산
현정은 시어머니의 ‘좋은 의미’ 선물을 받았다. 광안리 모피샵에서 산 흰색 페디큐어 쿠폰 10매. ‘신부는 발끝까지 깨끗해야 해’. 그녀는 토요일마다 발톱을 갈고, 각질을 제거했다. 결혼 3일 전, 시어머니는 거실에서 그녀의 발바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발가락 사이에 뭐 낀 거 싫어하거든." 현정은 잠자코 발가락 사이를 옥수수수염으로 문질렀다. 그날 밤, 그녀는 욕실에서 발가락 피부를 다 벗겨내고 말았다. 결혼식 당일, 현정은 구두 안에 붕대를 두르고 다녔고, 신랑은 그녀의 눈물을 "행복해서 그래"라고 해석했다.
왜 우리는 이율배반을 원하는가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원한다.
한편으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몸’으로 사랑받기를.
그 간극이 우리를 미치게 한다.
신랑은 신부의 몸을 ‘미래의 유산’이라 여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 완벽하다는 증거로 남아야 하니까. 신부는 그 몸을 ‘과거의 죄’라 여긴다. 아직 들키지 않은 결점들이 모두 드러날까 봐 하루를 꼬박 긁어낸다.
그래서 결혼 전날은 추모식의 시작이다. 자신의 몸을 추모하고, 그 추모를 증명할 증거를 남기는. 흰 드레스 아래에선 각자의 몸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다듬는다. 완벽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질문
그래서 너는, 네 몸을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니?
결혼식이 끝난 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 그때 너의 몸에 새겨진 상처를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사랑이 아니라, 소유라는 단어를 위한 의식이었던 건 아니냐고.
그리고 아직도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서로의 몸을 다시 훑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