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금요일 밤마다 열리는 은밀한 모임이 끝난 뒤, 나는 또다시 몸을 빼액겼다

지하 창고 ‘초혼제’ 후 아침, 브라 풀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억. 누군가에게 자발적으로 맡긴 몸이 허전해지는 순간, 우리는 왜 다시 그곳으로 걸어가는가.

금요일 밤의식몸의 경계자발적 포기초혼제

“어젯밤 누가 내 브라를 풀었어?”

아침 6시 47분, 여전히 어두운 침실. 유리 조각처럼 흩어진 기억 속에서 수진은 자신의 가슴을 처음 만진 손길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눈을 떴다. 속옷은 침대 옆자리에 축 늘어져 있었고, 네일아트는 한쪽만 싹떨어져 나갔다. 짙게 남은 향수와 익숙하지 않은 체취가 뒤섞여 있었다.


고개를 숙이는 순간

나는 왜 또 스스로를 바쳤을까. 아니, 바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진은 지난 3주간 매주 금요일 밤마다 ‘초혼제’에 참여했다. 그것은 회사 지하 창고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모임이었다. 술과 음악,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이어지는 몸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의식이 끝나면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법이었다.

그 고개 숙임은 순종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를 잊어도 된다’는 자기 최면. 동시에, 누군가에게 자신을 완전히 맡기는 환희였다.

상우는 매번 입장할 때마다 눈을 감았다. "그래야 더 선명해져"라는 그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 손끝이 먼저 반응했다. 지나는 말없이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가, 의식이 끝나면 항상 가장 먼저 나가버렸다.


차가운 주차장 냄새

“너도 느꼈잖아. 그 날.”

지나는 지난 달 있었던 사건을 떠올렸다. 그녀는 올해 초, 사촌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추모제’라는 이름으로 열린 술자리에 끌려갔다.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 시신이 떠난 뒤 남은 침묵이 가득했던 곳에서 누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형광등은 깜빡거리며, 멀리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천장을 울렸다. 지나는 아직도 그날 손에 남은 체온을 기억한다.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었을 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 손길은 너무 따뜻했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만졌는지 기억나?” “기억나지 않아. 다만, 누군가에게 내 몸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던 것 같아.”

그날 이후, 나는 왜 그 자리에 다시 가고 싶은지 모르겠어.


우리는 왜 몸을 포기하려는가

의식적 포기는 어느 순간 욕망의 다른 이름이 된다. 우리는 ‘자발적 노예’가 되고 싶어 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나를 잊어도 된다. 이 말이 가진 환희는, 직장 상사에게 점심값을 사주는 작은 복종과는 다르다. 완전한 차원의 무릎 꿇음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카이저는 이런 행태를 ‘리버싱(리버싱 리버스)’이라 부른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배받는 존재로 살다가, 특정한 순간에만 지배자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식적 수준에서 스스로를 지배당하는 역할을 탐닉한다고 한다.


빈 손으로 돌아오는 아침

수진은 오늘도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새벽 3시 22분, 한 통의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온 음성메시지가 있었다.

“수진아, 괜찮아? 네가 웃고 있길래 그냥 봤어. 내일 또 봐.”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누가 보냈는지, 무슨 말인지. 다만, 그녀는 오늘 아침 자신의 몸을 다시 되찾았다는 것, 그리고 그 몸이 무척이나 허전하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너는 지금, 누구의 손에 몸을 맡기고 싶은가? 아니, 정말로 누가 너의 몸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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