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40살 넘어서도 남편도 애인도 없다고? 그녀들의 냉장고엔 무슨 피가 있을까

결혼도 동거도 거부하며 40대를 사는 여자들. 그들의 냉장고 서랍엔 새까만 비밀이 숨어 있다. 당신은 정말 그들이 외롭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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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넘어서도 남편도 애인도 없다고? 그녀들의 냉장고엔 무슨 피가 있을까

“유미 씨, 생리대 사왔어요.”

편의점 알바생이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엔 검은 마스크 한 장이 끼어있었다. 그것은 유미가 여섯 달 전부터 ‘필요한’ 물건이었다. 그녀는 냉장고 위에 붙은 쿠폰을 떼어 아이에게 건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도 같이 줘."


알바생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미의 눈빛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그녀는 밤마다 거울 앞에서 그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얼굴 위로 또 다른 얼굴을 얹었다. 누굴 닮은 걸까. 그때마다 이가 시려오는 듯한 항아리 속 공기가 목끝까지 차올랐다.

입 안 가득 찬 차가운 숨

나는 스물일곱부터 ‘혼자’였다.

결혼은 너무 길고, 동거는 너무 붐벴다. 친구들이 임신 테스트기 두 줄에 환호할 때, 나는 혼자 술집 뒷문으로 새어 나와 부르고뉴 와인 한 병을 들이켰다. 그 와인 잔에는 남자의 반지 자국 대신,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35를 넘기며 번식력을 상실한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내 안의 한 구석이 더 뜨겁게 타올랐음을 깨달았다.


냉동실 속 그녀의 대체물

"연희야, 오늘도 그거 쓸 거지?"

나는 대답 대신 냉동실 문을 열었다. 진공포장된 ‘something’이 유리 위로 얼어붙어 있었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핑계로 피를 채취하던 병원. 그 혈액팩은 내가 3개월마다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였다.

연희는 서른아홉, 대기업 임원. 그녀의 집은 흰색과 무색으로 도배돼 있었다. 하지만 침대 아래 서랍에는 ‘구멍 뚫린’ 고무 손가락이 늘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향수 주사’라 불렀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연희는 남자 옆자리에 앉아 다리를 살짝 건드렸다. 찍소리 하나 없이, 부딪힌 피부만큼만. 그날 밤, 그녀는 냉동 피 한 모금을 혓바닥 위로 굴렸다. 단맛이 아니라,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홀로 끓는 피, 혼자 얼어붙는 피

심리학자 레이첼 허쉬는 말했다.

‘자발적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금기의 대체물이다.’

우리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 제도가 금하는 것들을 탐닉한다.

  • 아이를 낳지 않지만, 유사한 것을 ‘키운다’.
  • 남편이 없지만, ‘배신’의 미각을 키운다.
  • 집은 비어있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응결된 욕망이 있다.

네 번째 문이 열리는 순간

지난주, 나는 다시 그 편의점을 들렀다. 이번엔 알바생이 달라져 있었다.

“사장님, 오늘도 그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투 안엔 생리대 대신 작은 종이 조각이 들어 있었다.

[당신은 정말로 혼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종이 뒷면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010으로 시작하는, 낯익은 숫자들. 내가 5년 전 일방적으로 끊었던 그의 번호였다.

나는 그 번호를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지웠다가, 다시 저장했다.

그리고 오늘 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며칠 전 굳은 피 한 방울이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 피 위로,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뜨거운 숨이 올라왔다.


그렇다면 당신은? 문이 네 번 열렸을 때, 당신은 무엇을 꺼내려 했는가. 그것이 진짜로 혼자가 아님을 증명할까, 아니면 혼자라는 사실을 더 깊이 파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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