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이야?”
그녀는 침대 끝자락에 앉아 담배 연기를 뿜으며 중얼거렸다. 오후 3시, 창밖에선 가을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흘렀지만 방 안은 냉기 가득했다. 63세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손끝이 저릿했고, 가슴은 너무 빨리 뛰었다. 그러나 눈동자만큼은 텅 비었다.
44년. 그 세월 동안 그녀는 ‘그런’ 감각을 몰랐다. 남편과는 늘 어둠 속에, 늘 조용히, 늘 끝까지 가지 못한 채 끝났다. 그녀는 그게 평범한 거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 눈치를 보고, 그의 숨소리를 견디며 지냈다.
그러다 그가 나타났다. 59세의 이혼남, 문학 수업에서 만난 그는 시를 읽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쓸었다. 그날 이후, 매주 화요일마다 그들은 오후 2시에 모텔 301호를 찾았다. 문을 닫자마자 그는 그녀의 귓불을 물었다. 비밀의 숨결이었다.
욕망이란 잠시 눈을 감는 것
‘이건 뭐지, 내 몸이 왜 이렇게 되는 거지?’
그녀는 처음엔 두려웠다. 숨이 막히고, 다리가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느리게, 끝까지 기다려줬다. 혀 끝으로 그녀의 울렁이는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다 여기 있어.” 그 순간,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44년 만의 절정은 전기처럼 몸을 타고 퍼졌다.
그러나 그 이후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감각을 찾았다. 그러나 매번 더 깊은 난관에 부딪혔다. 첫 번째는 천국이었다. 두 번째는 아찔했다. 세 번째는 갈증이었다. 네 번째는 공허였다. 그녀는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원했다. 더 길게, 더 깊게, 더 격렬하게.
그러나 그녀의 몸은 거부했다. 오히려 첫 경험 이후로는 점점 감각이 무뎌졌다. 이상했다. 단 한 번의 맛보기가 그녀를 망쳤다. 평생 감각 없이 살았던 사람이, 단 한 번의 쾌락 뒤에 모든 감각을 상실한 꼴이었다.
두 개의 실화, 혹은 거울
민정, 61세
그녀는 지하철 2호선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동창과 6개월째 비밀 연애 중이다. 첫 키스는 빈 객차 안이었고, 첫 섹스는 그의 차 안이었다. 뒷좌석은 좁았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이게 다야?’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 그녀는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냉장고에 샴페인을 넣어둔다.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긴 말은 이랬다. “이제 와서 뭘 더 느끼겠어. 그냥… 심장이 얼음처럼 되어 버렸어.”
현수, 58세
그는 35년째 아내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여행 중 만난 39세 여성과 하룻밤을 보냈다. 그 순간, 그는 스스로를 잃었다. 돌아온 뒤로는 아내의 손길이 차가운 쇳덩이처럼 느껴졌다. 그는 계속해서 그 여성을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있었다. 현수는 이후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아무도 그 첫 충격을 되살리지 못했다. 결국 그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그날의 영상을 반복해 보기 시작했다. 그는 말했다. “처음이 마지막이었어. 이제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
왜 우리는 한 번의 맛에 목숨을 거는가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 감각이 아니라,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나였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쾌락 기억의 덫’ 이라 부른다. 뇌는 최고의 쾌락을 만나면 그 순간을 과대 포장한다. 단 한 번의 황홀경이 평생을 지배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그 자리는 사라졌다. 남은 건 갈증뿐이다.
더 깊은 이유는 있다. 중년의 금기는 젊음의 상실이다. 나이 든 몸이 느낀 첫 절정은, 동시에 젊음을 되살리는 주문이다. ‘나는 아직 느낄 수 있어’ 라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그 주문은 한 번만 유효하다. 두 번째는 이미 낡은 주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감각을 계속해서 재현하려 든다. 더 뜨거운, 더 깊은, 더 위험한 것을. 단 한 번의 맛이 평생을 망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이건 마치 단 한 모금의 독처럼, 몸을 파고들어 영원히 머문다.
당신의 첫 번째는 어디 있었나
문득, 당신도 떠올려보자. 처음으로 몸이 녹았던 순간. 처음으로 숨이 막혔던 순간. 그리고 그 이후,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 그 감각을 잊으려 애썼나, 아니면 계속해서 그 자리로 돌아가려 했나.
지금, 당신은 그 첫 맛을 아직도 찾고 있는가? 아니면, 그 맛 때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