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복도 끝, 사촌과 영화관 어둠 속에서 그녀가 맛본 첫 금기

복도 끝에 앉은 두 사람, 사촌이라는 얇은 장막이 찢기는 순간. 당신도 한 번쯤 느꼈던 불길한 끌림, 그 달콤한 금기를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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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좀 봐줄래?”

복도 끝,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반사되는 벽면 좌석.

지은이 스크린을 흘끗 보며 속삭였다. 팝콘이 떨어져 내린 그의 손등에 초콜릿이 번져 있었다. 맥주가 아닌 콜라를 시킨 건 나였지만, 손끝은 이미 달았다.

이건 단순한 접촉이 아니야.

스크린에서 터지는 폭발음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감쌌다. 사촌이라는 관계가 주는 안도감—이건 그냥 가족 모임이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이 서서히 풀려가는 느낌.


야릇한 정전

지은은 내 얼굴을 못 본 척,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그러나 손은 내 무릎 위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처음엔 무게만 느껴졌다. 살아 있는 따끔함은 3초 뒤에 왔다.

‘이건 왜 이렇게 익숙하지? 마치 여태껏 반복해온 눈치싸움의 연장선.’

우리는 서로를 피해 온 시간이 길었다. 명절마다 마주치면서도 대화는 짧았다. 너의 대학 후배라는 친구와 나는 참 닮았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래서 더욱—


사촌이라는 이름의 얇은 종이

사실 ‘사촌’이라는 말은 영어로 cousin 하나면 끝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세심하다. 4촌까지 숫자를 매겨 끈끈한 피맥임을 강조한다. 그 끈이 얼마나 단단한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이건 웬일로 이렇게 달콤하지?

지은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손등을 스치는 듯, 또 아닌 듯. 마치 우리 사이에 세워진 견고한 사다리 하나를 재봉하는 느낌. 한 칸 내려갈 때마다 허공이 더 두꺼워졌다.


실제 같은 이야기 1: 혜진, 29세, 디자이너

"나도 처음엔 그냥 영화나 보러 가자는 말이 장난인 줄 알았어요. 명절마다 술 취해서 늘어지던 오빠잖아요. 근데 상영관 들어가는데부터 뭔가 미묘하더라고요. 손전등 불빛 아래서 눈이 반짝반짝. 보니까 우리 옆자리는 다 커플이야. 손 꼭 잡고 있고."

혜진은 스케치북에 그날의 장면을 그렸다. 검은색 볼펜으로만 그린 그림은 흑백 영화처럼 선명했다. 손이 겹쳐 있는 부분은 아무도 모르게 두 번 덧칠돼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비라도 오면 좋았을 텐데. 그럼 우산 하나로 둘이 들어가야 하니까. 그런데 막상 맑은 밤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끝까지 못 끊었죠."


실제 같은 이야기 2: 민수, 26세, 대학원생

"우리도 그랬어요. 명절에 만나면 부모님 앞에서 인사만 하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단둘이 술집에 간 거죠. 형이라고 부르긴 민망한 나이.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데, 뭔가 허점이 뚫리는 느낌. ‘민수야’ 하면서 말이죠."

민수는 맥주 잔을 돌리며 말했다. 잔에 낀 물방울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그날 영화관에서도 그랬죠. 앞사람 머리 때문에 스크린을 제대로 못 봤는데도 계속 갔어요. 왜냐고요? 그 손 떼는 순간 등 돌릴까 봐. 그렇게 피맥임의 끈을 잡고 늘어지다 보면, 현실이 늘어지는 거예요."


금기는 왜 달콤한가

우리는 이유를 알고 있다. 금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이 곧 자물쇠를 따는 즐거움을 보장한다. 사촌이라는 단어는 열쇠고리처럼 생겼다. 가만히 들고 있으면 이따금 살짝 돌아가는 것 같아서—

‘한 번만, 그래, 한 번만 더.’

영화관은 특히 그렇다. 불이 꺼지면 누가 누구인지 흐릿해진다. 친척이라는 사실도, 나이 차이도, 앞으로 만날 가족 모임도. 남는 건 가쁜 숨소리와 냄새다. 팝콘 버터향, 콜라 시럽, 그리고 살짝 눌린 손에 배는 땀 냄새.


마지막 장면, 혹은 다음 장면

영화는 끝났지만 엔딩 크레딧이 이어진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못한다. 조명이 켜지면 어떻게 될까?

그녀가 먼저 일어선다. 나도 따라 일어선다. 그녀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그걸로 모든 건 다시 원점. 사촌이라는 이름의 얇은 종이가 다시 우리 사이에 끼어든다. 하지만 둘 다 알고 있다.

그 종이는 한 번 찢기면 다시 붙여도 흔적이 남는다.


얼마나 자주 당신은 그 흔적을 만지작거리며 잠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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