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키스는 해봤어?"
차 안은 담배 연기처럼 차올랐다. 희수가 갑자기 시동을 꺼버렸다. 손잡이를 꽉 쥔 나의 손등에 푸른 핏대가 올랐다.
아니
말은 이렇게 나왔지만
실은 유튜브에서 2년째 연애 기술 강좌만 찜해놓고 있었다
23년 인생, 처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들이켰던 건 언제였을까. 처음으로 시험지를 받았을 때도, 처음으로 술을 마셨을 때도 누군가는 속삭였다. "첫사랑은 아직?" 그리고 나는 매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멍든 순결
나는 정말로 사랑이 뭔지 몰랐다. 혹은, 모르는 척했다. 아는 순간 부서질 것 같아서.
그게 수치심이었다. 친구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첫날밤 얘기를 흘리면 나는 화장실로 도망쳤다. 거기서 누군가의 첫 키스 연습 상대가 되어본 적이 있었다. 거울 속 내 입술은 검은색 벽처럼 단단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누군가와 입을 맞춘다면? 내가 망치면 어떡하지? 그 사람은 내가 늙은 아이인 걸 눈치채겠지.
민재의 파티, 그리고 태은
민재는 동아리 후배였다. 스무 살 파티에서, 그는 내게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내밀었다.
형, 내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 그래
근데 키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한 번도 안 해봤거든
술에 취한 민재는 내가 23년 인생 동안 세워놓은 벽을 그대로 마주했다. 그날 나는 그에게 거짓말했다. 연애만큼은 형이 잘한다고.
반년 뒤, 나는 태은을 만났다. 카페 알바를 하던 스물두 살이었다. 그녀는 내가 아메리카노를 타는 법을 가르쳐줄 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걸 보며 웃었다.
선배, 손가락이 너무 떨려요
아, 미안
아님, 귀여워서 그래
그녀는 내가 첫 연애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말해주었다. 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고 있구나.
누군가의 처음, 나의 끝
왜 우리는 늦은 시작을 두려워할까. 두려움은 경험의 결핍이 아니라 측정 불가능한 욕망에서 온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숙련된 연인으로 기억할지, 아니면 서툰 아이로 남을지를 아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
"나는 너를 가르치고 싶지 않아. 나도 배우고 싶거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속인다. 첫키스는 아니었지만 이게 최고였다고,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고,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반짝이는 문 앞에서
태은과 나는 한 달째 손만 잡고 있다. 지하철에서, 영화관에서, 가로수 아래에서. 그녀는 때때로 내 손등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때마다 나는 아찔해진다.
선배, 우리 언제까지
언제까지 뭐요
아, 그게
안 해본 거 있잖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은 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짜릿함이었다. 23년을 버텨온 그 순간, 누군가의 첫 연애가 나의 마지막이라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는 법
지금 시작하면 늦을까? 아니, 지금 시작하면 가장 빠르다.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마지막 사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더 이상 수치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늦은 시작은 잘못된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니까.
태은이 나를 천천히 끌어당긴다. 그녀의 숨결이 내 볼에 닿는다. 나는 눈을 감는다. 이 키스가 서툴더라도, 누군가는 이 순간을 기억해줄 테니까.
그래서, 너는 지금 누군가의 첫 키스를 두려워하고 있는가? 아니면 두려워하지 않는 척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