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숨소리가 내부를 쓸어가는 23:48
에어컨 꺼진 뒤 유리창이 서서히 김빛는다. 민솔은 조수석 문 손잡이를 쥐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윤겸이 시동 끄자마자 차 안은 고요해졌다—고요하지만, 두 사람의 숨소리가 한쪽 귀를 빠져나와 다른 쪽 귀로 들어간다.
"여기서… 뭐 할까."
그가 먼저 입을 연다. 숨결이 민솔의 왼쪽 볼을 스친다. 민솔은 고개를 숙이고 배게 쥐는 양, 안전벨트를 만진다. 쇠클릭 소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울린다.
"뭐 할까…" 그녀는 다시 한 번 속으로 외운다. 도대체 뭐 하지. 벌써 두 달째, 영화관 어둠 속에서도 손끝만 스쳤다. 팝콘 기름 냄새 사이로, 그의 손등이 아주 가까이 왔다가도 결국 닿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때마다 민솀의 배 속에선 뜨거운 콧김이 올라왔다.
윤겸이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조수석의 민솔은, 잠시 그 손등에 눈길을 떼지 못한다. 손등 위로 희미하게 드러난 정맥이, 아주 살짝 흔들리는 것 같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콜라 향이 혀에 붙는다
도착 품에 서서야 민솀은 숨을 헐떡인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가 너무 짙게 붉어졌다. 그녀는 조심스레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는다. 윤겸이 마신 콜라의 단맛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게 그의 입맛. 문득 실제로 그를 핥아본다는 상상이 스쳤다. 혀끝이 살짝 미끄러지는 소리—그것만 들려온다.
지하철 좌석 맨 끝, 노부부가 수군댄다.
“저 애, 무슨 일 있어?”
민솀은 고개를 숙인다. 머리카락 사이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온다. 스물세. 아직 아무도 맛보지 못한 입술. 그런데도 매일 밤, 이불 아래에선 숨이 턱턱 막혀 온다. 왜 하필 지금일까—욕망은 금지될 때 완전해진다는 말을, 그녀는 이제 알 것 같다.
옥상, 담배 연기 사이로 손끝이 떨린다
수빈과 지은은 난간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시가레트 끝의 붉은 점이 어둠 속에서 꿈틀댄다.
지은: “너도 그래? 난 진짜 이상해. 남자친구랑 벌써 5개월째인데 한 번도 안 해봤어.” 수빈: “…입맞춤?” 지은: “그래. 지난주에 처음 했는데, 그냥 맥주 취한 거 같아서.”
수빈은 유리창에 자신의 숨결이 차는 걸 본다. 그의 입 안을 상상하면 숨이 멎는다. 혀끝이 미끄러지는 소리까지, 눈을 감으면 들린다. 지난주 회식 때, 윤겸이 목 뒤를 긁적이던 손가락이 떠오른다. 그때 수빈은 술잔을 꼭 쥐고 있었다. 잔의 물결이 미세하게 출렁였다.
휴대폰이 울린다. 윤겸 이름이 떠오른다.
“지금 뭐 해?” “그냥… 옥상.” “나도 지금 옥상 갈까?”
수빈은 대답을 멈춘다. 담배 연기 사이로 그녀의 손이 떨린다. 이건 기회다. 그런데 왜 다리가 후들거릴까. 담배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그 순간, 아직 입술이 닿지도 않았는데도, 그녀의 숨결은 이미 그의 것처럼 느껴진다.
녹는 초콜릿, 혀끝 위로 흐르는 달콤한 독
민솔은 드디어 용기를 내 건물 앞으로 걸어간다. 손에는 작은 초콜릿 상자. 윤겸이 현관을 나와 서 있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눈빛.
“이거… 나눠 먹을까.”
포장지를 뜯는 소리, 사각사각. 초콜릿 두 조각, 한 입씩.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단맛이 침과 섞여 미끄러진다. 민솔은 문득 깨닫는다.
이건 이미 우리의 첫 입맞춤이다. 단지 입술은 서로를 스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민솀의 혀끝엔 달콤한 초콜릿이 윤겸의 숨결과 섞여 있다. 따끈한 숨이 서로의 얼굴을 간질인다. 그들은 아직 한 걸음도 다가서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미 한 입 안에 있다.
숨이 섞이는 순간, 아직 입술은 허락받지 못했다
차 안—여전히 에어컨 꺼진 상태. 유리창에 김이 더 짙게 낀다. 두 사람은 가만히 숨을 죽인다. 실제로는 서로의 숨을 빨아들이고 있다. 달콤한 초콜릿 향이 아직 혀에 남아 있고, 콜라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담배 연기처럼 잔향이 흩날린다.
민솔은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윤겸을 본다. 아직 입술은 서로를 스치지 못했다. 그러나 뜨거운 숨이 먼저 닿는다. 서로의 숨결 사이, 초콜릿이 녹으며 침이 섞이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이미—처음으로 범할 입맞춤은 일어났다. 다만, 입술은 아직 허락받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의 입술은 왜 아직도 뜨거울까
지금, 당신의 입술이 조금 달아오르고 있다면—그건 무엇 때문일까. 당신은 아직도 그 사람의 숨결을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당신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그래, 우리는 모두 스물세의 입술 위에서, 아직도 손도 못 대고, 혀끝만 꿈틀거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숨은 이미 섞여 버렸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범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