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이혼서류 찢고 다시 누운 그녀, 그날 밤 속삭인 말

이혼 서류를 들고 떠났던 그녀가 47일 만에 돌아왔다. 문 앞에 선 그녀의 손엔 당신의 칫솔과 그릇, 그리고 붉게 번진 붕대가 들려 있다. 문을 열어줄까요, 아니면 그녀의 진짜 욕망을 모른 채 살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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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왔어. 너 없이는 안 되겠더라."

문을 열자 서 있던 여자는 봄처럼 향기로웠다. 다만 그 향기가 너무 익숙해서 불안했다. 이혼 서류를 들고 나간 지 꼭 47일 만이었다. 그녀는 손에 검은색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안에는 당신의 칫솔과 당신이 좋아하던 그릇, 심지어 떠나며 가져갔던 반지까지 담겨 있었다.

이건 돌아온 게 아니라 잡아둔 것을 되찾으러 온 거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피어 나온 핏방울을 혀로 삼켰다. 그 작은 포옹을, 당신은 다행이라 여겼다.


그녀의 속삭임 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망치

이건 사랑이 아니라 체스였다. 킹을 먼저 죽이지 않고 룩과 비숍만 없애는 전략.

그녀는 당신에게서 떠난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깨달았다. 매일 밤 새로운 남자의 품에서 잠들면서도, 그들이 절대 당신처럼 소름 끼치도록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작은 시선 하나에도 긴장하던 당신의 눈동자를 아무도 재현하지 못했다.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여자는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이번에는 영원히.


그녀의 이름은 서연이었다

서연이 떠난 첫날, 나는 냉장고 문을 47번 열었다. 매번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는 어두운 거실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마셨다. 그녀가 사용하던 어느 잔이 아직 싱크대에 남아 있어서, 나는 그걸 씻기보다는 매일 물에 담가 두었다. 마치 고인물이 그녀의 향을 머금고 있을 거라 믿으며.

서연은 멀리 떠났다. 적어도 그녀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그랬다. "난 네가 나를 붙잡지 않는 걸 알았어. 그래서 떠나."

정확히 다섯 주 후, 문 앞에 선 서연의 손에는 작은 검은 쇼핑백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붕대로 감겨 있었다. 붕대 위로 새어나온 핏자국이 마치 입술처럼 보였다.

나: 왜 왔어?
서연: 네가 안 물어봤잖아. 아프냐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돌아오는 게 아니라 있는 힘껏 해체당한 자기 자신을 들고 와서는 내게 다시 조립해 달라고 했다.


영서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영서는 이혼 후 첫 월요일마다 전남편의 아파트 앞을 지나쳤다. 처음에는 우연히였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전남편은 그 시간에 유일하게 집에 없을 테니까.

문 앞에 선 영서는 열쇠를 꺼냈다. 잠금장치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전 열쇠를 아직 지갑에 넣고 다녔다. 열쇠를 돌릴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아니, 알기 때문에.

그날도 영서는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떠났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번에는 떠나는 게 아니라 퇴장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무대 위에 남겨진 배우가 혼자 대사를 읊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나듯.


우리는 왜 그녀의 귀환에 홀린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분리불안의 역설'이라 부른다. 떠난 이가 다시 오면 그만큼 우리는 더 강하게 붙잡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가 떠났던 공백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했기 때문이다. 그 공백은 우리의 무기였다. 이제 그 공백을 채우려는 그녀의 시도는 우리에게 있어 더 이상한 권력의 역설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그녀에게서 벗어나는 느낳 을 원했던 거다.

그녀가 돌아온다는 건, 결국 우리가 떠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상처를 수집가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떠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떠나는 순간부터 진짜 수집이 시작된다.


"문을 열어도 될까요?"

당신은 아직 문 앞에 선 그녀를 본다. 그녀의 눈빛은 당신이 처음 사랑했던 순간과 똑같다. 하지만 당신은 안다. 그 눈빛 뒤에 숨겨진 건 복수다. 아니면 집착이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지금 문을 열어준다면, 당신은 과거의 권력 게임을 또 한 번 되풀이할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당신이 킹을 먼저 죽일까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내가 없이는 안 되겠더라. 그래서 왔어.

당신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신도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돌아온 건 당신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없는 자기 자신이 견딜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 그걸 영원히 모르고 싶은 건, 당신일지도 모른다.

문 앞에 선 그녀에게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뭘까? 그리고 그 말은 정말로 당신의 것일까, 아니면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잔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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