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의 혀끝
"그 사람 나이가 얼마인지 아세요?" 조용한 와인바, 그녀가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레드 와인이 잔가장에 붉은 얼룩을 남겼다.
"누구요?"
"제 전 남편이요. 아무튼..." 그녀가 피식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과거가 늘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75살.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며 불쾌한 상처를 남겼다.
그녀의 몸에 새겨진 시간
밤마다 그녀의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나는 늙은 남자의 손길이 그곳에 먼저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려 했다.
그녀는 32세, 나는 38세. 그러나 그녀의 몸은 다른 시간대를 따라가고 있었다. 유방 아래 작은 흉터, 허벅지 안쪽에 남겨진 미세한 주름. 그 모든 흔적들이 75세 남자의 손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는 그녀의 피부를 만지는 나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시간을 계속 품고 있는 거야. 나는 그걸 어떻게 빼앗을 수 있지?"
두 번째 이야기: 경은과 75세의 유산
경은은 29세에 74세의 남자와 결혼했다. 서울 모처의 대학원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는 그녀의 논문 지도교수였다.
"처음엔 그냥 인생의 지도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날 그가 제 손을 잡았죠. 그때 느꼈어요. 이건... 뭔가 다른 거라는 걸."
그들은 3년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그는 심장마비로 죽었다. 유산은 50억. 하지만 경은이 진짜 품고 간 것은 그의 75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 사람이 죽은 뒤로, 나는 30대 여자의 몸으로 75세의 영혼을 품고 살았어요. 젊은 남자들은 그걸 느끼죠. 그래서 나를 피해 다니더라고요."
세 번째 이야기: 수진의 은밀한 승리
수진은 27세에 73세의 사업가와 결혼했다. 그는 그녀를 위해 한남동에 45평 아파트를 사줬다.
"그 사람은 매일 아침 제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죠. '너는 내가 늙기 전에 만난 마지막 아름다움이야.'"
그녀의 욕망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한 남자의 죽음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가 죽은 뒤, 수진은 그의 전기를 썼다. 출간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27세가 아니었다. 그녀는 73세 남자의 죽음을 소유한 30세 여자가 되었다.
왜 우리는 늙은이의 욕망에 끌리는가
"당신은 왜 그녀를 원하는가? 그녀는 이미 완성된 욕망이다. 당신은 그녀 안에 죽어간 남자의 시간을 빼앗으려 하는가?"
75세 남자의 전처. 그 말은 단순한 과거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완성된 욕망이다. 그 남자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죽었다.
우리는 그녀를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 안에 숨겨진 죽음의 시간을 소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75년이라는 긴 시간이 그녀의 몸에 새겨진 유령. 우리는 그 유령을 끌어안고 싶은 병적인 욕망을 품고 있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사람의 과거를 생각할 때, 당신은 그의 과거를 빼앗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않나요?
75세 남자의 전처는 아마도 당신이 지금 품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그 남자가 남긴 시간의 잔여물을 어떻게든 지워버리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당신은 그녀의 과거를 지울 수 있는가, 아니면 그녀 안에 죽어간 75년을 함께 품고 살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