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19:52.
카톡 프로필이 바뀐 지 3분 만에 알아챘다. 플래티넘 금발로 자른 단발, 턱 끝을 가린 듯 말 듯. 하트 두 개 떠 있었고, 하트 주인은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구와 잠들고, 누구와 깨어나는가.
채팅창을 냉장고 문 두드리듯 열었다 닫았다. 얼음장.
셔터보다 빠른 질투
그날도 판교 ‘그레이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든 그녀는 말이 끊길 때마다 화면을 켰다. 손끝이 퍼즐 맞추듯 움직였다. 저장, 삭제, 보정, 업로드. 0.5초 만에 그녀의 웃음은 사각 프레임에 포착됐다.
좋아요 378개. 절반은 남자. 나는 379번째가 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친구들이랑 한강 갔다가, 엄청 웃겼어."
동시에 스토리 5장. @승아 @민재 @준호. 나는 없었다. 그날 나도 한강에 있었다. 먼 산책로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녀가 웃는 걸 지켜봤다. 사진 3번째 프레임, 그녀의 어깨 뒤로 스쳐 지나간 흐릿한 실루엣. 나였다. 얼굴은 없었다.
민재의 손등
민재, 38세.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그녀의 모든 스토리에 댓글을 남겼다.
와 이거 미쳤다. 너랑 한강은 기본이지.
87주 전 사진. 블랙 오프숄더, 민재의 손가락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누르고 있었다. 그날 나는 집에 있었다. 그녀는 야근이야라고 했다.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걸 87주 만에 깨달았다.
그녀의 피드는 방탄유리 같았다. 누구든 말을 걸면 번호 대신 인스타그램이 전부였다. 하루 20개 스토리, 24시간 뒤 사라지는 행복. 나는 그 퍼즐에 끼워질 조각이 없었다.
지워진 새벽 2시
지난주 금요일. 새벽 2시 11분.
클럽 화장실 거울 사진. 볼터치 묻은 립스틱, 그 옆에 손등. 타투가 있었다. 내 손등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 받지 않았다. 다섯 번째에 문자.
지금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내일 보자.
나는 그녀의 집 앞에 7시까지 있었다. 5시 47분, 그녀가 내렸다. 민재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는 졸린 눈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야, 너 왜 여기 있어?"
새벽 4시 13분에 올라왔던 스토리는 사라졌다. 누군가가 지웠다.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사각지대
그녀의 방은 1080×1350픽셀의 완벽한 행복이었다. 나는 그 한 칸도 차지하지 못했다.
매일 밤 11시 11분, 촛불 하나, 와인 한 잔, 책 한 권. 그러나 그녀의 현실 방은 나에게 닫혀 있었다. 침대도, 카펫도, 베개도. 나는 그녀의 피드 속 유령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새 스토리를 올렸다. 60초마다 새로고침. 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새벽 3시 27분. 그녀는 타인의 침대에서 잠든다. 나는 그 사실을 좋아요도 못 누른다.
잔여상
지하철 2호선. 23:59.
마지막 스토리. 그녀는 웃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다. 손등에 새 타투가 있다. 나는 다시 0.5초 동안 스크롤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운로드 버튼을 누른다. 증거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화면 꺼짐. 검은 유리에 비친 내 얼굴. 눈 밑에 그림자가 짙다. 나는 그녀의 완벽한 날들을 증명할 수 없다. 그녀는 나의 불완전한 하루를 지웠다.
문자가 왔다. 그녀다.
내일 7시, 그레이브. 오늘 민재랑 좀 늦게까지 있었어. 미안.
나는 답장하지 않는다. 대신 시계를 본다. 00:00. 새로운 24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스토리는 60초 뒤에 올라온다. 나는 아직 그 안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