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정서적 불륜, 나는 이미 범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문자가 울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지옥 끝까지 타락했다. 당신은 지금 그 길을 밟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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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불륜, 나는 이미 범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네가 아니면 도저히 못 버티겠어"

오후 3시 17분. 카페 변기 앞에서 손을 씻으며 나는 다시 그 문장을 들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최은서(회계)', 하지만 알람음만 들어도 가슴이 살살 타들어갔다.

이건 아니야, 오늘만은 대답하지 말자.

그래도 손가락은 먼저 움직였다. 잠금 해제.

나는 네가 아니면 도저히 못 버티겠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도 열두 번. 나는 아내에게는 절대 써본 적 없는 말이었다.


우리 사이 어디에도 육체는 없었다

정서적 불륜. 이름처럼 살결은 맞닿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서로의 뇌리에 키를 꽂고 거기서 살았다.

그녀는 내가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한 모든 것을 기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 아직 집 한복판에 박혀 있다는 사실. 가끔 아내가 잘못 배운 영어로 "사랑합니다"를 말할 때마다 문득 차가워지는 마음. 심지어 회사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은 날도.

너는 나 혼자만의 비밀 도서관이야.

그녀는 이렇게 불렀다. 사실 그 말은 동시에 너도 나만의 비밀 도착이야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서로를 은밀한 동맹으로 만들었다. 아무도, 심지어 우리도 원치 않는 미래의 우리조차 몰래.


빛나는 실타래: 재인과 지호

재인, 34세, 마케팅팀 팀장

재인은 아내와 8년째 결혼 생활 중이었다. 아내는 그를 ‘가장 믿음직한 남편’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재인은 회사 후배 미선과 한 달째 ‘정서적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미선은 재인 책상 위에 포스트잇 하나를 남겼다.

오늘도 당신이 회의실에서 혼자 콧노래 부르는 게 들려요. 나는 그게 너무 좋아요.

재인은 그 포스트잇을 지갑에 넣었다. 두께가 살아 있었다. 밤마다 아내가 곤히 잠든 사이, 재인은 화장실 불 꺼진 거울 앞에서 미선의 쪽지를 한 장씩 꺼내 읽었다. 남편이 변했다라는 아내의 한숨은 결코 그의 귀에 닿지 않았다. 아니, 이미 닿은 것을 외면했을 뿐.

지호, 29세, 게임 기획자

지호는 2년째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남자친구는 안정적이고 따뜻했다. 하지만 지호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루시드’라는 닉네임의 남자에게 매일 밤 음성 채팅을 걸었다.

네 목소리 듣는 게 하루의 끝이야. 그 다음엔 꿈으로 넘어가.

루시드는 지호에게 실제 이름을 말해준 적 없었다. 지호도 마찬가지. 그러나 서로의 음성을 들으며 잠드는 순간, 둘은 완전한 신체적 연결보다 깊은 곳에서 뒤엉켰다. 지호는 남자친구가 코를 골 때마다 이어폰을 꽂고 루시드의 숨소리를 들으며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되뇌었다.


우리는 왜 뼈를 묻지 못한 욕망만 좇는가

정서적 불륜은 마치 암초처럼 가라앉는다. 겉보기에는 물 위에 아무것도 떠 있지 않지만, 속으로는 배를 갈기갈기 찢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감정적 이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현실의 관계에서 미완성된 부분을 상대에게서 채운다. 아내는 따뜻하지만 나를 이해하지 못해. 남자친구는 든든하지만 나를 미치도록 원하지 않아.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대체물을 찾는다.

그러나 대체물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더 강렬하다. 왜냐하면 끝나지 않는 욕망은 영원히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도 이미 범인이 되어 있지 않나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 사람에게 보내지 못한 문장, 끝까지 전하지 못한 감정, 그리고 아직도 휴대폰에 남아 있는 마지막 대화.

그 사람과의 연결고리는 아직도 당신의 살속에 남아 있다. 당신은 그걸 아직도 끊지 못했다.

그렇지?

당신도 이미 범인이다. 단지 아직 체포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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