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8년 만에 찾아온 독한 이별, 아빠의 침대는 왜 차가워졌나

아이 둘 아빠와 8년, 끝내 남은 건 독한 맛뿐이다. 왜 관계는 이렇게 시커멓게 타버릴까

기혼이별욕망집착금기

"아이들은 잤어?"
그가 문고리를 살짝 돌리며 물었다. 세상 가장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그날은 야구공이 목뒤를 스친 듯 차가웠다.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아기 모니터가 빨간 불만 깜빡였다.


당신은 아직도 눈물 냄새를 맡을 수 있나요

그가 샤워를 하러 가는 동안 나는 이불 속에서 손가락으로 베개 골을 쓸었다. 8년 전만 해도 머리카락 한 올 남김없이 뜨거웠던 곳이었다. 지금은 침전된 침 같은 냄새만 났다. 이건 무슨 향이지? 피곤함, 분유, 약간의 허기. 그리고

이제는 아무도 품지 않는 나의 냄새

그가 돌아왔다. 손에는 수건 대신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불빛 하나 없는 방에서도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나는 그의 눈이 거기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샀다. 3초? 5초? 아니, 0.8초였다. 숫자는 부정확했지만 느낌은 선명했다. 그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봤다.


진실은 늘 시야의 가장자리에

첫 번째 사례: '유진'과 '재인'의 3,065일

유진은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 세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자는 새벽 2시 23분, 재인이 "야근이야"라고 말했을 때 그 눈빛이 너무 차가웠다고.

재인아, 커피라도 마실래?
아니, 그냥 갈게.
아이들이 아빠 찾는데...
너도 그만 자.

문이 닫히는 소리는 얼음이 깨지는 것 같았다. 유진은 침대 끝에 앉아 재인의 베개를 들어 올렸다. 향수 냄새가 아니라, 새로운 비누 냄새가 났다. 우리 집엔 없는 비누였다.

그날 이후 유진은 재인의 양말을 열심히 빨았다. 아이들 양말과 섞어서. 만약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으면 내가 먼저 발견할 거야.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 없는 깨끗한 양말들 속에서 자꾸만 숨통이 막혔다.


두 번째 사례: '서영'이 기억하는 마지막 포옹

서영은 아이 둘 아빠와의 마지막 포옹을 정확히 기억한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차 안이었다. 다섯 살 딸이 뒷좌석에서 잠이 들었고, 신생아는 카시트에서 가냘프게 울었다.

남편이 먼저 팔을 뻗었다. 팔뚝이 서영의 어깨를 스쳤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볍지?

오늘 좀 힘들었지?
응, 아이들이... 
그래도 잘 참았네.

그 순간 서영은 알았다. 그가 안은 건 자신이 아니라 참고 있는 사람이라는 역할이었다. 아내, 엄마, 그리고 이제는 더는 울지 않는 여자. 서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오후 4시 30분,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이 붉게 타는 것처럼 관계도 조용히 재가 되어갔다.


우리는 왜 독처럼 끝나는 걸 알면서도 머물까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버린 여자들은 간혹 자신의 몸이 누군가의 땅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낀다. 남편의 눈길은 더 이상 불타는 초승달이 아니라, 그저 노는 땅 끝에 있는 가로등처럼 희미하다.

우리가 끝내지 못하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끝났다는 걸 깨닫는 순간 두려워서다. 8년 동안 쌓인 것들이 너무 많아서, 버리면 내가 아닌 것들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아서. 아기 사진, 첫 생일 케이크 사진, 아이가 아빠를 부르던 영상까지.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독을 마시면서도 웃는다.
아이들 때문에.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은 생각하기 싫어.


마지막 질문

그래서 당신은 아직도 그의 베개 냄새를 맡아보며, 이 침대 위에 누가 누워 있었을까를 상상하는가?

혹은 아이들이 자고 나면 당신의 손이 그의 손을 스치는 순간, 이 손이 누구의 손을 잡았을까를 아프게 상상하는가?

그리고 그 답을 아직도 알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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