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던 밤, 수진은 남편 정민의 목에서 낯선 오 드 코롱 향기를 맡았다.
"밤새 회식이었어?"
"그래, 대리님 퇴사라 술이 많이 나갔지."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오후 세 시, 정민이 모텔 키를 받으며 웃는 영상이 친구에게서 왔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담요를 목까지 끌어올리며 다리를 살며시 건넸다.
나는 왜 지금 이 침대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첫눈 냄새와 낯선 향수
침대 머리맡에 놓인 정민의 티셔츠에선 퍼퓸 향이 아닌, 살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수진은 그 냄새를 맡으며 오히려 가슴이 쓰렸다.
밤새 소파에 누워 빈 잔을 돌리던 손길이, 아침이면 그의 머리맡으로 돌아왔다.
욕망의 해부
불륜의 진짜 무서움은 침묵이다.
정민은 수진이 아는지 모르는지 조심스레 행동했다.
수진은 정민이 자신을 속이는지 안 속기를 바라는지조차 모르겠었다.
이중적 침묵이 쌓일수록, 침대 위의 부부는 더 가까워졌다.
나는 네가 다른 여자와 잤다는 걸 안다. 너는 내가 안다는 걸 모른다.
그 미묘한 주고받음이 거대한 자극이 되었다.
실제 같은 이야기: 두 커플, 한 침대
1. 수진 & 정민, 아파트 32층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수진은 정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오늘도 늦게 들어올 거야?"
정민이 대답 대신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그때 수진은 깨달았다.
내가 이 불륜의 공범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2. 미라 & 현우, 빌라 지하 1층
미라는 남편 현우의 연락 두절이 36시간째 이어지자 그의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문 앞에서 들린 여자 웃음소리.
근데 미라는 현관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밖에서 3시간을 기다렸다.
남편이 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들어가는 건 괜찮았거든.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불륜은 금기가 아니라 공모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방치하는 것, 그 자체가 새로운 놀이가 되어버린다.
심리학자 에스테르 페렐은 말한다.
"불륜이 부부를 파괴하는 건 아니야. 불륜이 드러나는 방식이 파괴해."
수진과 정민은 이 문장을 그대로 증명했다.
12월 한 달, 두 사람은 서로를 더 세게 원했다.
불륜의 사각지대에서 느끼는 죄책감의 자극 때문이었다.
12월 31일, 마지막 밤
수진은 새벽 두 시, 정민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가장 최근 메시지]
지수: 오늘도 보고 싶어. 새해에도 계속...♥
수진은 한순간도 화내지 않았다.
대신 몸을 웅크리고 정민의 팔 밑으로 들어갔다.
정민이 눈을 떴다.
"왜 안 자?"
"그냥."
그냥, 네가 나를 아직 안 떠났다는 게 신기해서.
마지막 질문
당신은 지금도 평범한 관계를 원하는가,
아니면 모두가 속고 있는 관계 속에서 불타는 걸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