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 발에 홀린 남자, 말해도 될까?

맨발이 된 그녀의 민망함과 연약함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발가벗겨졌다. 발끝에 머무는 시선, 그리고 영원히 꺼내지 못할 음습한 고백.

발페티시금기의 욕망썸의 어둠숨겨진 집착

그녀의 다리가 내 책상 위에 올라왔을 때

"혹시... 아픈 데 있어요?"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의 발이 내 키보드 위에 얹혀 있었고, 발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게 보였다. 6월의 오후, 에어컨이 빵꾸 난 사무실. 그녀는 맨발이었다.

"아, 미안요. 발이 좀 붓네요. 막상 벗으니까..."

그녀는 부끄러운지 발등을 가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 봤다.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땀방울. 발바닥의 붉은 압점. 내가 매일 숨죽여 바라던 세계가 그대로 펼쳐진 순간이었다.


욕망은 어떻게 뼈를 타고 피어올랐나

'이건 아니지.'

하지만 내 시선은 이미 복종했다. 발가락이 꼬인 각도, 발등의 굴곡, 발뒤꿈치의 굳은살까지. 모두가 나의 지도였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회식 때 맨정신으로 술을 따라주며, 그녀가 집에 갈 때까지 구두를 신고 있기를 애타게 바랐다는 걸. 그리고 새벽 둘, 고스놉에서 그녀가 신었던 흑색 스틸레토를 스크린샷해 두었다는 걸.

나는 발이 아니라 그녀의 수치를 원했다. 맨발이 되는 순간의 노출. 그 민망함과 연약함. 발가락을 움츠리는 그녀의 모습이 나를 가장 조용히 발가벗겼다.


지하철 2호선, 명동역에서 만난 준혁군의 사연

"형, 나... 말이죠."

준혁은 목소리를 한 톤 낮췄다. 회사 흡연실, 누가 들을까 싶어 우리는 담배도 안 피우고 서 있었다.

준혁은 휴대폰을 꺼냈다. 사진 한 장. 여자친구가 소파에서 낮잠 자는 모습이었는데, 발이 화면 한가득 차 있었다.

"어제 우리 집에서 영화 봤는데, 걔가 맨발로 다니잖아요. 그러다가 잠깐 발가락 쪽 긁더니..."

그가 잠시 멈췄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도 모르게 핸드폰으로 찍었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찍고 나니까... 더이상 키스가 안 되더라고요. 내가 뭘 원하는지 너무 명확해져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고 발만 보이니까..."

준혁은 죄책감에 찌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오늘도 그녀가 샤워하고 나오면, 발크림 바르는 거 도와달라고 할까 봐 겁나요. 그 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유리구두가 되어 되돌아온 과거

고등학교 3학년, 체육대회 날이었다.

은비가 뛰어오다 구두 한 짝을 잃어버렸다. 번쩍이는 플라스틱 유리구두. 내 손에 들어온 건 왼쪽이었다.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한 달을 지냈다. 매일 밤,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 발이 닿았던 안쪽 가죽 냄새를 맡으며, 내가 왜 그녀의 구두를 돌려주지 않는지 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단순한 키프티시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맨발로 서 있는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녀의 수치를 봉인한 작은 마법.


왜 우리는 끝까지 숨겨야만 했을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페티시는 종종 주체가 되지 못한 욕망의 분화된 형태라고.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 혹은 사랑받을 수 없었던 것이 특정 신체 부위로 승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조금 더 정직한 형태의 애정이다. 얼굴이 아닌, 말이 아닌, 사회적 포장이 아닌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는 것. 발은 언제나 땅에 닿는다. 더러워지고, 냄새나고, 짓밟히고. 그래서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녀의 발은 절대 나를 속일 수 없으니까.


말해도 될까, 아니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날 이후, 나는 그녀의 발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매번 마주칠 때마다, 내 시선은 발끝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모르겠지. 내가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는 이유를.

"그녀가 맨발로 내 방에 들어왔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지금도 나는 답을 모른다. 고백은 내 욕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결코, 절대, 나의 발밑으로 내려오지 않을 테니까.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든 생각. 혹시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내 시선이 발끝에 머무는 걸. 그리고 조용히 웃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사람, 참 못된 눈을 가졌네.'

오늘도 나는 말하지 못한다. 말한다는 건, 그녀의 발이 더는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니까.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