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캐주얼은 싫은데 몸이 타는 밤의 끝은 어디인가

캐주얼을 혐오하면서도 뜨거운 몸을 놓지 못하는 이들의 어두운 욕망과 금기 사이를 파고든다. 끝이라 말하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밤의 연쇄를, 두 여자의 실제 같은 이야기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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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랑 잠깐 뿐이야, 진짜 아니야."

윤아는 잠든 척 눈을 감았다. 시계는 새벽 3시 27분. 옆에 누운 남자의 숨소리가 귓가를 간질렸다. 살짝 움직이자 그의 팔이 허리를 휘감았다. ‘이건 마지막이야.’ 다섯 번째 마지막이었다.


무게를 두고 싶지 않은 손끝

왜 하필 그의 머리카락 냄새를 기억할까.

캐주얼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진지한 관계를 원해"라고. 하지만 진짜로 원하는 건 무게다. 서로에게 짊어질 무게, 포기할 수 없는 무게. 그런데 동시에 그 무게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머무르고 싶지 않은 몸을 끌어안는다. 캐주얼을 거부하면서도 밤마다 재개되는 뜨거운 몸짓. 이 모순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지우고 싶지 않은 게 진실이다.


두 여자, 두 밤, 두 개의 거짓

첫 번째 이야기: 지수의 휴일

지수는 29살, 광고회사 AE. 남자친구는 없다고 했다. 사실은 있었다. 다만 ‘관계’라고 부르지 않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같은 호텔 1207호.

"오늘은 진짜 끝이야." 지수가 속삭였다. 상대는 34세 유부남, 민재. 아내는 해외 출장 중이라 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시계는 정각 11시를 가리켰다. 지수는 민재의 왼손에 낀 반지를 확인했다. ‘이게 마지막이길 바래.’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음 수요일 11시에 다시 민재의 카톡이 울릴 것을.

두 번째 이야기: 세린의 월요일

세린은 31살, 대학원생. ‘연애는 시간 낭비’라는 그녀에게는 매주 월요일마다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다. 현우. 이자카야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세린의 원룸으로.

"우리 이제 그만 보자." 세린이 말했다.

현우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럼 오늘 마지막으로."

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단순한 육체 관계야.’ 스스로에게 되뇌면서도, 현우가 떠난 후에는 항상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그를 보내지 못하지?’


금기가 주는 희열

우리는 금기를 벗어날 때 가장 뜨거워진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금기는 욕망의 내부 화학작용을 자극한다고. 도파민과 코르티솔이 동시에 분비되면서 고통스러운 쾌락을 선사한다.

캐주얼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사실 더 깊은 곳에서 이 희열을 갈구한다. ‘이건 잘못된 거야.’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그 자책이 오히려 자극이 된다.

왜일까. 아마도 우리는 사랑과 절망을 동시에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완전한 소유를 원하면서도 완전한 해방을 원한다. 이 모순은 인간이라는 종의 가장 치명적인 설계 오류다.


끝은 없는 시작점

그래서 캐주얼을 혐오하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밤이 계속된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야.’

하지만 우리는 안다. 진짜 끝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금기를 향한 욕망은 끝없이 재생산된다. 그리고 그 욕망의 중심에는 늘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너는 정말로 끝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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