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7분, 침대 옆. 디지털 시계가 빨갛게 11:47을 뜯어고를 때, 유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또 온다.
화장실 문 삐걱, 수도꼭지 차가운 물 콸콸, 수건으로 턱슥—태현의 다섯 번째 루틴이 끝나고 침대가 흔들렸다. 아직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유미의 볼에 찍혔다. 차갑다가 금세 몸에 스며들었다. 이건 비말이야, 아니면 침이야.
"오늘도 늦었네."
바지 지퍼가 내려앉는 소리, 무릎이 담요를 뚫고 들어온다. 태현의 발끝이 유미의 종아리를 스칠 때, 그녀는 다리를 떨었다. 찌릿. 속살이 축축해지는 건, 저절로.
냄새가 온다.
겨드랑이는 아니었다. 지하철 2호선 끝자락에서 온 군중의 땀, 프린터 토너의 날카로운 메탈, 8년째 누워 죽은 침대의 먼지가 하나로 뭉쳐진—우리 향이다. 유미는 입 안에 혀를 삼켜 넣으며 이를 악물었다.
"유미야."
숨결이 볼을 스친다. 머리카락 하나, 두 개, 흔들리는 동그라미. 유미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더 깊이, 더 깊이, 내 폐까지 뒤져. 그러면서도 손은 담요를 목 끝까지 끌어올린다. 네 글자의 모순—받고 싶다, 밀고 싶다.
"그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나는 그가 나의 전부라는 걸 깨달았어." — 유미, 한 달 전 친구에게 속삭인 말
태현은 한숨을 내쉰다. 회사 팀장, 끝나지 않는 잔소리, 복사용지 500매가 머릿속에서 돌고 도는지 그의 숨결이 뜨거워진다. 유미는 그 뜨거움을 느낀다. 뱃속 깊이, 아랫도리에, 점액처럼 퍼진다.
"오늘도 일찍 잘래?"
손이 닿는다. 손가락 하나가 유미의 손등 위에 올려지고, 검지가 손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태현의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굳은살—8년 전 결혼 첫날밤, 그가 유미의 손등에 새겨준 상처의 기억이 살아난다.
"응. 피곤해."
거짓말. 속으로는, 더 세게, 내 손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태현은 돌아눕는다. 37초 만에 곯아떨어지는 숨소리, 똑같은 패턴. 유미는 천천히 몸을 돌려 태현의 얼굴을 바라본다. 코 끝을 간질이는 숨결, 아직도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 그리고 턱에 얼룩진 피지와 각질.
내가 왜 이래.
유미는 속눈썹을 깜빡인다. 눈물이 아니라, 눈곱이다. 그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태현의 손을 움켜쥔다. 손등에 대고 자신의 손바닥을 비벼댄다. 체온은 36.5도, 다만 그 온도 아래에 깔린 부패의 촉촉함.
이 냄새, 이 온도, 이 사람. 결국엔 내가 원했던 거였나.
숨결이 코 끝을 간질인다. 이번엔 더 깊이, 폐포 끝까지. 유미는 다리를 다시 떨었다. 이번엔 젖은 떨림. 그녀는 눈을 감고, 태현의 숨결이 자신의 목덜미를 핥아내는 것을 느낀다. 더 가까이, 내 심장을 뜯어라.
"그를 원한 건 아니야. 그를 부패시키고 싶었던 거지." — 유미, 오늘 새벽 자신에게 말한 말
다음 날 아침, 유미는 눈을 떴을 때 태현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고 있었다. 이번엔 냄새가 좀 달랐다. 이가 썩는 듯한 아침 입냄새가 섞여 있었다. 유미는 몸을 떨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태현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손가락 사이에 끼인 비듬을 떨어뜨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부패하지 않았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금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밤, 다시 11시 47분이 되면—그의 숨결이 스며들고, 그녀는 다리를 떨 것이다. 젖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