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결혼식 초대장을 숨긴 날, 나는 그녀의 눈에서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평생 단 한 번뿐인 나의 날, 그리고 그날을 망칠까 봐 초대장을 씹어먹었다. 당신도 한 명쯤은 두고 두고 피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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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시간 30분 전, 그녀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음 손님, 서류를 주세요."

나는 색색의 리본으로 묶인 초대장 더미를 떨리는 손으로 뒤적였다. 하얀 봉투 237장. 그중 이름 하나가 없다.

윤채원.

채원아, 정말 미안해. 근데 네가 오면 모든 게 망가질 것 같아.


뒷좌석에 숨겨둔 욕망과 두려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과연 완벽한 결혼식인가, 아니면 그녀의 붕괴를 목격하는 짜릿함인가?

BPD—경계선성격장애. 그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폭풍 그 자체였다. 연락 두절, 새벽 3시 울면서 전화, 갑자기 사랑한다며 안기다가 "네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비명 지르기.

그런데도 나는 그녀의 변덕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녀가 없는 하루는 너무 조용했다. 누가 내가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러주지? 누가 나를 전부라며 붙잡지?


일요일 오후, 첫 번째 파열음

지난 겨울, 디저트카페 ‘누에’.

채원이 휴대폰을 탁 내려놓으며 웃었다. 두 눈이 흔들린다.

나 너랑 절교할 거야.
…왜?
니가 남자친구 만난 날 나한테 전화 안 했잖아. 너도 나를 버릴 마음이 먹었구나.

그날 이후로 모르는 척했지만, 나는 그녀의 모든 SNS를 하루에 서너 번씩 들여다봤다. 새벽 2시, 손에 든 건 초대장 리스트였다. 이름 옆에 연필로 ‘?’가 총 38개였다. 그중 유독 채원이 획 몇 번을 그었다 지웠다가 다시 그었다.


웨딩페어에서 들려온 속삭임

"혹시… BPD 있으신 분 있어요?"

나는 말없이 헤어메이크샵 색상을 고르는 척했다. 대기 중이던 신부 네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전 남자친구가… 초대 안 했는데, 결혼식날 찾아와서 축가를 불러버렸대.
와, 드라마 같네.
진짜예요. 끝내주는 드라마였죠. 신부 아버지 심장마비 왔대.

그녀들은 싱긋 웃었다. 하지만 눈빛은 흔들렸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왜 우리는 이 끌림에 굴복하는가

BPD는 거대한 거울이다. 그들은 내 안에 잠든 광기의 사본을 보여준다. 걷잡을 수 없는 집착, 버림받을 공포, 감정의 극단.

나는 사실 그녀가 망가지길 원했던 걸까? 그래서 내가 더 특별해지길 바랐던 걸까?

정신과 의사는 말했다. ‘공분증’이라고. 화려한 타인의 붕괴를 구경하는 은밀한 쾌감. 결혼식이라는 무대 위에서 그녀를 몰아넣는 순간, 관객은 나 혼자뿐이었다.


예식장 뒤편, 마지막 기회

신부 대기실. 휴대폰이 울렸다. ‘채원’.

…야, 지금 어디야?
아, 나… 그냥… 아프다고 했잖아. 미안.
*거짓말하지 마. 너 내 초대장 안 줬지?*
……
괜찮아. 나도 실은 가고 싶지 않았어. 네가 망가진 걸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거든.

전화가 끊겼다. 3초 뒤, 다시 울렸다.

죄송… 방금 전 나 잠깐… 나도… 나도 미쳤나 봐.

나는 눈물이 아닌 웃음이 났다. 둘 다 미쳤다는 사실이 안심이 됐다.


나의 결혼식, 그리고 너의 폭풍

진짜로 망가진 건 누구였을까? 그녀인가, 아니면 그녀를 배제한 나인가?

채원은 결국 오지 않았다. 대신 꽃다발에 리본으로 묶인 쪽지가 왔다.

‘진심으로 축하해. 너는 내가 아니라도 충분히 빛날 수 있구나. 그게 제일 서러워.’

나는 그 쪽지를 품속에 넣고 아일랜드 시가렛처럼 조용히 태웠다.


오늘 밤, 당신도 누군가를 지웠는가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초대장 리스트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한 명, 단 한 명의 이름을 지웠다.

네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그들이 망가뜨릴 결혼식인가. 아니면, 그들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너 자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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