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들어가면 소희가 미소 지으며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할 거야. 그리고 나는 그 미소를 보면서도 여기서 나간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안다."
민석은 아파트 현관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열쇠는 이미 오른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문만 열면 끝이다. 하지만 그는 5분째 움직이지 못했다. 안방에는 6년간 함께한 아내 소희가 있었다. 유치원 교사인 그녀는 말 그대로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어제도 아이들 그림책을 사서 오며 웃었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 다른 여자의 향기가 배어 있는 셔츠를 들고 있지?
그녀가 너무 예뻐서 불안했다
완벽한 아내. 그 단어는 정말 무서운 함정이었다. 소희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반찬을 준비했고, 민석이 회사 다닐 때마다 간식 도시락을 챙겼다. 민석이 야근할 때면 새벽 2시까지 잠도 안 자고 기다렸다. 그녀의 삶 전부가 남편을 위해 돌아갔다.
그런데도 민석은 점점 숨이 막혔다.
"오늘도 회사에서 뭐했는지 말해줘."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민석은 아무 말도 못했다.
하루 종일 그녀에게 거짓말할 미래를 상상하느라 말이 없었다.
완벽한 사람 앞에서 사람은 결국 자신의 더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소희가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칠 때, 민석은 화장대 서랍 속 숨겨진 봉인된 USB를 떠올렸다. 그 안에는 전 여자친구와의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소희는 민석의 뺨에 아침 인사로 키스했다.
그녀의 순수함이 날 더럽혔다
처음 외도는 우연이었다. 팀 회식에서 새로 들어온 인턴 주아가 술을 잘못해서 쓰러졌다. 민석은 흔들리는 그녀를 부축했다. 택시 안에서 주아가 민석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향수 냄새가 아니라, 진짜 젊은 여자의 냄새였다. 그 순간 민석은 자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숨을 크게 쉬었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주아가 눈을 떴다.
"아니야, 괜찮아."
민석은 그때 처음으로 '괜찮아'라는 말이 진심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민석은 주아에게서 2년간 배신의 맛을 배웠다. 주아는 민석이 아내에게서는 말할 수 없었던 모든 더러운 이야기를 했다.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들 욕하는 것, 어제 본 포르노 이야기, 심지어 소희 몰래 빼낸 결혼 생활비로 주식투자한 것까지.
주아는 더러운 것들을 들으며도 민석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민석은 처음으로 '나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천사 같은 아내 앞에서는 절대 허락되지 않았던 인정이었다.
면죄부라고 믿었던 변명
소희는 결국 알게 되었다. 세탁기 속에서 남색 립스틱이 묻은 셔츠를 발견했다. 민석은 무릎을 꿇고 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했다.
"스트레스였어..."
그 말이 나오자마자 민석은 안도했다. 마치 이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용서받을 것처럼. 실제로 소희는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민석의 회사생활이 힘들었던 걸 안다고 했다. 야근도 많고 상사도 까다롭고. 그녀는 민석이 그저 잠시 길을 잃었다고 믿었다.
스트레스라는 말은 기막히게도 둘 다에게 면죄부였다.
민석에게는 '나는 희생자다'라는 변명이 되었고, 소희에게는 '그래도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되었다. 외도는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우연이 되었고, 그 우연은 두 사람 모두가 원했던 이야기였다.
완벽한 사람은 도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사실상 민석은 스트레스 때문에 외도한 게 아니었다. 그는 더러운 욕망이 있었다. 아내가 너무 착해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소희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우리 오늘도 행복하자"라고 말할 때, 민석은 그녀 행복의 무게가 6년간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민석은 다른 여자의 몸에서만큼은 그 무게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주아와의 관계는 결국 민석 자신이 원하는 나쁜 모습이었다. 아무도 민석을 남편으로, 아버지로, 훌륭한 회사원으로 기억하지 않는 곳. 그곳에서 민석은 진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외도는 사실 도망이었다. 완벽한 결혼생활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 도망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살아간다.
당신도 그녀의 천사 같은 미소를 우연히 벗어나고 싶었던 적 없었나
외도란 결국 완벽함에서의 탈출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숨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 추함을 받아들일 곳이 필요하다.
소희는 지금도 민석에게 "스트레스 때문에 그랬구나"라고 말한다. 민석은 그 말 속에서 영원한 채찍질을 느낀다. 그는 결코 스트레스 때문에 외도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인간답게 더러워지고 싶었을 뿐이다.
당신은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한 미소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미소가 당신을 천사로 가두는 감옥이라는 걸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