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침대 끝에서 너는 웃고, 나는 천장만 바라봤다

10년 만에 돌아온 전남편, 그를 받아들인 건 내 가장 친한 절친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침대 끝에 앉아 모든 걸 지켜봤다. 상실의 쾌락에 중독된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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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끝에서 너는 웃고, 나는 천장만 바라봤다

차갑게 말아주겠어

"줄 필요 없어, 민재는 내가 받아줄게."

민재라는 이름이 흘러넘칠 때, 나는 서빙하던 와인잔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유리잔이 싱크대에 닿는 소리, 낯선 날카로움. 침대 끝에 앉아 있는 지혜는 나의 13년 절친이고, 민재는 10년 전 나를 던져버린 남자였다.

"그래도 너, 괜찮아?"

지혜가 물었다. 그녀 목소리는 달콤했다. 거짓말. 나는 대답 대신, 민재의 셔츠를 한 벌 더 접었다. 그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10년 만에 맡는 향기, 그래도 나를 뒤흔들었다.


네가 원한 건 이 거야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 민재가, 그가, 다시 내 앞에 무릎 꿇는 것. 단지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내가 진짜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민재를 되찾는 것? 아니면 지혜의 얼굴에 실망을 그려보는 것? 아니면 아예 둘 다가, 뜨거운 욕망 속에서 부서지는 광경을 눈에 새기는 것?

결혼 5년차, 나는 아직도 민재의 머릿결이 어떻게 뒤틀리는지 기억했다. 하지만 지혜도 그걸 알았다. 우리는 서로의 전 남자친구, 전 여자친구 목소리 흉내를 내는 재주가 있었다. 침대 이야기, 키스 이야기, 헤어질 때 마지막 말. 다.


우리는 조용히 잠겼다

사실은 있었다. 지난해 초, 나는 민재에게 연락했었다. 그의 새 집 주소를 손에 넣는 건 어렵지 않았다. 흰색 아파트 17층, 문 앞에 아직도 그가 좋아하던 네이비색 매트가 있었다.

민재야, 나야.
…진짜 너야?
놀랐어?
너무 놀랐어. 들어와.

그날 밤, 민재는 커튼을 치지 않았다. 발코니 너머 서울 시내가 흘렀다.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지혜랑 자본 적 있어?"

침묵이 깊었다. 민재는 대답 대신,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제 와서야 나는 그게 동의의 맛이었다는 걸 안다. 그는 이미, 두 명의 여자를 끝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을지도

두 번째 사실은 더 어두웠다. 지혜가 민재와 처음 잤을 때, 그녀는 내가 민재를 만났던 3일 전이었다. 우리는 같은 호텔 12층을 썼다. 같은 침대 시트 냄새, 같은 베개 자국.

지혜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왜 자꾸 그 사람 얘기를 해?
그냥 궁금해서.
넌 궁금한 게 많아. 근데 나도 그래. 민재는 어때?
…뭐가?
잘해? 키스? 아니면 더 깊은 걸?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지혜는 웃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민재와 잤다는 걸. 내가 아직도 그를 원한다는 걸. 그리고 그녀가 민재와 잠들 수 있도록, 내가 길을 열어줬다는 걸.


우리는 서로를 먹는다

금기는 단순한 선이 아니다. 금기는 우리가 스스로 그은 선을 넘어서는 즐거움이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은 상실의 감정을 반복해서 재현하려는 욕망이 있다고. 민재는 나에게서 떠났지만, 나는 지혜를 통해 다시 그를 되찾으려 했던 걸까. 아니면 지혜 자체를 잃고 싶었던 걸까.

그날 밤, 나는 침대 맡에 앉아 있었다. 침대 위에는 지혜와 민재가 있었다. 그들은 나를 몰래 키스했다. 민재의 손이 지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잃는 것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몸이었다.


너는 아직도 그녀를 원해?

지혜는 나에게 물었다.

"사실은 네가 먼저였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침대 아래로 민재의 양말이 떨어졌다. 흰색, 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났다.

"이거 기억나?" 지혜가 속삭였다. "너도 똑같은 거 신고 있었잖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럼 지혜는 나의 전 남자친구의 양맥 구멍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욕망 속에, 끝없이 파고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

나는 지혜를 믿었는가. 아니면 민재를 믿었는가. 혹은 나 자신을 믿었는가. 질문은 항상 그 자체에 머물러야 한다. 답은 결코 안전하지 않으니까.

문득, 나는 물었다.

"만약 우리가, 민재 말고도 다른 누군가를 원한다면?"

지혜는 웃었다. 그녀가 문을 닫는 순간, 나는 민재의 한쪽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은 여전히, 10년 전 그날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민재를 원한 게 아니라, 지혜가 민재를 원하는 나를 원하고 있었다.


너는 지금도 그녀의 침대를 떠올리며,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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