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날 손에 남은 붉은 자국을 본다. 회사 7층 여자 화장실, 민정이가 나를 끌고 들어가던 순간.
지금 당장, 누가 와도 안 열어.
문이 닫히며 ‘철컥’ 소리가 울렸다. 바로 그때 우리는 이미 범죄자였다.
남는 것은 냄새뿐
화장실은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닌 곳이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민정과 나만의 영토였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얼굴들이 싱긋 웃었다가 금세 일그러졌다. 손끝이 서로의 가슴을 스치는 순간, 돌연 심장이 말했다:
끝나면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거야.
그 말이 맞았다. 사건 다음날, 관리실에서 CCTV 누락 구간을 발견하고 보안팀이 내부 조사에 들어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피했다. 아니, 서로의 냄새를 피했다. 화장실에 남은 건 니치 향과 못다 삼킨 숨결 뿐.
그녀의 정장 치마를 찢고 싶던 이유
금기란 문서에 적힌 검은 잉크가 아니다. 문턱 넘는 순간 피어오르는 붉은 안개다. 민정은 결혼 전날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도 7층 화장실에서 봐.
순순히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의 정장 치마를 찢고 싶던 건 욕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기서는 안 돼’라는 속삭임을 듣고 싶어서였을까. 금기는 품목이 아니라 방향이다. 우리는 돌아가는 길을 끊어버리고 싶었던 것뿐.
민정과 승현, 그리고 나
민정은 32세, 재무팀 과장. 승현은 28세, 인턴 사원. 둘 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사내 정치를 하던 HR팀 사람.
민정이 처음 날 불렀던 건 전날 밤 술자리에서였다.
나랑 승현이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술이 깨도 그 말은 따라붙었다. 그래서 7층 화장실로 갔다. 민정이 먼저 들어가고, 승현이 미끄러지듯 뒤를 따랐다.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민정이 다시 나가면서 내 손을 잡았다.
너도 와.
그날 이후 승현은 회사를 그만뒀다. 민정은 결혼을 2주 앞두고 남자친구에게 사직서를 넣었다. 나는 아직도 7층 화장실을 지나칠 때마다 손바닥에 뜨거운 무언가가 남는 듯하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문고리를 돌렸다
심리학자들은 금기욕망을 막연한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건 더 단순하다. 화장실 문을 잠근 순간, 우리는 더는 서로에게 관대해질 수 없었다는 사실. 남은 시간은 7분이었고, 그 7분은 우리를 영원히 분리시켰다.
"그때 문을 열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평범하게 인사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