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아이 갖자던 거짓말, 10년 뒤 그녀는 복수를 시작했다

진심 같았던 ‘아이를 원한다’는 속임수. 그 거짓말 위로 10년이 덧씌워졌을 때, 여자는 냉정한 복수자가 되어 있었다. 당신도 누군가의 뱃속에 침묵을 품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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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이 가져줄래?”

2014년 3월, 서울 성수동 와인바 ‘루디’. 민수가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뿜으며 던진 말은 너무 달콤했다. 지은의 왼손이 잔잔한 와인 위로 떨렸다. 스물일곱, 동거 500일 차, 그는 늘 아이 얘기를 피해왔었다. 갑자기?

'지금 뭐라고 했지?'
'난 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가 될 거라고 믿어.'

한 달 뒤 그는 사라졌다. 휴대폰 꺼짐, 짐 싹 빼고. 지은이 혼자 병원에서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했을 때도, 민수는 이미 ‘출장 중’이었다.


그 말은 아기였고, 나는 유리창이었다

민수는 아이를 원한 적 없었다. 그는 원했던 건 지은이 더 이상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핀 한 개. 아이라는 단어는 끈적한 접착제였을 뿐, 실제 아기는 필요 없었다. 이른바 ‘앵커 거짓말’— 관계를 고정시킬 목적으로 던지는 파열음.

그 심리는 냉혹하다.

  • 남자는 사랑이 식을 때를 알고 있다.
  • 그래서 자신이 떠나기 전에 상대를 먼저 결박한다.
  • 아이는 이후의 책임을 전가할 수단이지, 공유의 대상이 아니다.

욕망의 본질은 소유욕과 동시에 버림욕이다. 아이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의 뱃속에서 무언가를 잠그려는 비밀스러운 채찍질이 시작된다.


복수는 10년 뒤에 태어났다

2024년, 지은은 이제 서른일곱.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임신 29주’ 사진을 올렸다. 배 위에 손을 얹은 채로 미소 짓는 그녀의 표정은, 10년 전 민수에게서 배운 완벽한 가면처럼 보였다.

민수는 DM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진짜 내 아이야?’
‘당신이 그런 걸 물을 자격 있어?’

실은 이 아이는 지은의 남편, 35세 디자이너 ‘준호’의 뱃속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10년 묵은 상처를 핥으며, 민수의 잠재적 죄책감을 배양하는 게 더 달콤했다.

민수는 결국 예전 동호회 사람들에게서 진실을 듣는다.

‘지은 아이, 네 거 아닌 거 같대. 너 떠난 뒤에도 임신했었다는데 유산했다고 하던데.’

허위 임신 사실, 유산, 그리고 혼자 병원에서 울던 그날 밤.


금기는 복수로 무르익는다

왜 우리는 이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을까?

1. 타자의 뱃속에서 무언가를 ‘빼앗는’ 상상

아이는 생명 그 자체인 동시에, 누군가의 미래이자 과거다. 거짓으로 임신을 약속받은 여자는 자신의 삶을 누군가에게 양도한 셈이다. 그 양도가 무효가 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을 되찾지만 피해자가 아닌 복수자로 태어난다.

2. 시간을 도구로 만드는 냉정함

10년은 단순한 경과 시간이 아니라,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산화제다. 민수는 34세, 약혼녀와 결혼 3개월 앞두고 있다. 그 시점에 ‘아이가 네 거일지도’라는 불확실성은 그를 처형장까지 끌고 간다.

3. 가장 치명적인 복수는 진실을 놔두는 방식

지은은 민수에게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 “이 아이는 네 거 아니야.” 대신 “당신이 그런 걸 물을 자격 있어?” 모를 권리마저 빼앗는 침묵.


당신도 누군가의 뱃속에 침묵을 품고 있진 않은가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이 아이를 낳으면 그가 절대 떠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아니면 ‘이 아이 때문에 그녀가 평생 나를 원망할 거야’라는 생각을 품은 적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진실을 품은 채 상대를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가두기도 한다.

“과연 나는 지은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민수가 되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누군가에게 속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10년 후, 당신은 그때 머물렀던 침묵 속에서 어떤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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