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실수, 혓끝에서 뿜어져 나온 말
"너, 팔이 왜 저래?"
수진은 한숨 뱉듯 물었다. 나는 팔을 빼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어 있었다. 팔이 저린 채 뒤척이니 이불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속으로 사과했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변명뿐이었다.
"아, 나 팔 잘 못 벌려. 늘 그래서..."
나는 몸이 말을 못해
팔이 아니라 나 전체가 어색해.
달빛이 침대 위에 내려앉았을 때마다 떠올랐다. 중학교 방과후, 체육관 뒤편 복도에서 친구와 처음 손을 맞잡던 순간. 손등에 흐르던 땀과, 이상하게 꼬인 손가락.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몸놀림이 타인의 기대를 망친다는 불안감이 피부에 새겨진 건.
성인이 되어 만난 연인들마다 작은 침묵을 만들었다. 그들은 "편하게 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다시금 나를 조이는 올가미였다. 자연스러워지라는 압박이 더 큰 경직을 낳는 법.
그녀는 차라리 모른 척했다
민서는 눈을 감고 내 손등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네가 움직이는 대로 가자."
그 말이 오히려 나를 가두었다. 손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맸다. 그녀의 숨결이 귀가에 닿는 순간, 어깨가 으쓱였다. 민서는 웃었다. "진짜 귀여운 거 알아? 네가 긴장하는 게."
긴장이 아니었다. 자책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재능이 없지?’라는 내면의 메아리가 가슴을 때렸다. 그녀가 눈을 감은 건 어쩌면 나의 떨림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민서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내 입술을 찾았고, 나는 눈을 뜨지 못한 채 그녀의 이마를 스쳤다.
다른 침대, 같은 실수
"야, 너 혓끝이 너무 급해."
준호가 한쪽 눈만 뜨고 말했다. 민서와는 완전히 다른 톤이었다. 날카로운 지적, 그리고 순간적인 웃음. 나는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준호는 내가 굳어지자 금세 표정을 풀었다.
"아니, 그게 나쁜 건 아니고. 그냥... 네가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그날 밤 준호는 내가 제일 먼저 건드린 부위에 대해 물었다. "왜 여기부터였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한참 전 인터넷에서 본 ‘요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몸을 만진다는 게, 단순히 암기한 지도를 따라가는 일이라 생각했다.
준호는 내 손등에 펜으로 작은 별을 그렸다. "여기서 시작해도 돼.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니 맘대로. 그게 내일은 또 달라져도 좋아."
별 하나가 흐릿해질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어색함에 홀린 듯 열광할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기가치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타인에게 완벽한 성적 퍼포먼스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 ‘결함’에 끌린다고. 어색한 몸짓은 결함의 증거이자, 상대가 나를 ‘정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느끼게 만드는 금기다.
잘못된 손놀림은 속내를 드러낸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그 투명함이 연인들에게 능숙한 퍼포먼스보다 끈적한 흥분을 선사한다. 결국 우리는 완벽하지 않음에 홀려 버린다.
눈을 뜨지 못한 채
며칠 전 새로 만난 사람이 물었다. "왜 눈을 안 떠?"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등에 별을 그렸다. 준호가 가르쳐준 대로. 그러자 그가 속삭였다.
"네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나는 네 몸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그 순간 눈을 떴다면, 나는 또다시 어색해졌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은 채, 나는 오히려 가장 뜨거운 소리를 냈다. 숨소리, 떨림,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한숨 하나.
나는 아직도 잘 못한다. 팔은 꼬이고 숨은 거칠어진다. 그런데 왜 이별 후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건, 능숙했던 순간이 아니라 삐걱였던 손끝일까?
당신은 눈을 떴을까, 감았을까
지난밤 침대에서 당신이 가장 민감하게 느낀 건 무엇이었나. 상대의 능숙함이었나, 아니면 당신의 미숙함이 만든 작은 공간이었나. 둘 중 어느 쪽이 더 뜨겁게 당신을 태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