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엄마 집으로 갔고, 나는 오늘 혼자야."
현관문 쾅, 하는 굳은 소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유진은 벌써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침대보에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12년 만에 처음 맞는 ‘나만의 밤’. 이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이 맞나? 심장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숨겨왔던 상처가 말을 걸다
이혼 후 3개월, 그녀의 몸은 먼저 알았다. 남편—아니, 전 남편—의 손길은 늘 방향을 잃은 지도처럼 흩어졌다. ‘섹스리스는 다 그런 거래’라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정작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스며드는 남의 냄새에 몸서리쳤다. 이제는 아무도 모르는 시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욕망이 고개를 내밀었다.
나도 원했던 건가. 아니면, 그냥 흔적이라도 지우고 싶은 건가.
38도 온도의 두 남자, 그리고 그녀
사례 1. 유진의 목요일
유진은 한 달 전부터 스캔들 같은 일에 휘말렸다. 이혼 소식이 퍼지자마자 대학 동창 ‘현수’가 연락왔다. 카톡 한 줄, "요즘 어때?"—그게 전부였지만, 15년 전 캠퍼스 뒷골목에서 키스했던 입술이 떠올랐다.
현수는 법무법인 변호사. 스타킹 벗듯 차분하게 그녀의 날카로움을 건드렸다.
"유진 씨, 우리 만나는 거 아닌가요?"
"뭐가?"
"오늘 밤, 당신이 먼저 웃으면 진 거예요."
그녀는 웃었다. 먼저.
사례 2. 민서의 화요일
고등학교 동창 민서는 달랐다. 38세에 처음으로 연하남—29세 인턴 ‘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회사 퇴근 후, 지하주차장. 재현은 민서가 차에서 고무신처럼 벗어던진 하이힐을 조용히 주웠다.
"선배님, 신발 끈 풀렸어요." "끈 아니고, 스트랩이야." "둘 다 잡아주면 되죠."
순간 민서는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 스치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엘리베이터까지 27초. 문이 닫히는 3초. 그리고 잠금 해제되는 모든 금기.
문제는 아무도 몰랐다는 거야
왜 38살 여자들은 갑자기 불타버릴까. 아이 낳고, 경력 쌓고, 이혼장 서명하면서도 불꽃이 남아 있을 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사회는 그녀들을 ‘책임 있는 어른’으로 가뒀지만, 속으론 여전히 누가 날 덮치길 기다리는 20대였다는 걸.
심리학자들은 ‘재결합 욕구(re-coupling drive)’라 부른다. 하지만 그건 정답의 반쪽일 뿐이다. 진짜 욕망은 ‘내가 누군지를 증명하고 싶은’ 초조함이다. 남편은 그걸 몰라줬고, 아이들은 필요 없었다. 하나 남은 건 피부의 기억뿐.
나는 아직 누군가의 욕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네가 아닌 너희가 증명해줬으면 좋겠어.
닫히지 않는 문
오늘 밤, 유진은 다시 한 번 혼자 잠들 거다. 하지만 잠들기 전, 그녀는 문고리를 확인하지 않는다.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아니, 누군가 들어오길 바라니까.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문 앞에 서 있지 않나. 그리고 그 문은 아직, 굳게 닫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