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뒤태는 떨렸다. 플래시 터지는 0.1초, 나는 다른 남자의 팔에 몸을 맡겼다. 그 순간이 스캔돼 A4 한 장 위에 다시 살아났을 때, 나는 서류 끝에서 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뒤가 예쁘더라.”
김현수가 처음 말한 건 그 한마디였다. 헬스장 뒷창고, 파레트 위에 누운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등뒤로 내밀며 웃었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번개가 내리쳤고, 그의 손끝이 닿는 곳마다 전기가 올라왔다. 그날까지만 해도 사진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믿었다.
오후 11시 52분, 회사 지하 주차장 B5. 이준혁과 두 번째였다. 차 뒷좌석,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는 동안 우리는 숨을 죽였다. 준혁은 작은 카메라를 들고 말했다.
“선배, 여기도 찍을까요?”
셔터 소리도 없었다. 그러나 그 작은 움직임이 나중에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도 야근이야?”
남펵은 식탁 위에 컵라면 뚜껑을 닫으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백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나, 다른 사람이 있었어.”
남펵은 냉장고 문을 닫으며 뒤돌았다. 노란 봉투를 탁상 위에 내려놓고 한 장을 슬슬 꺼냈다. 종이 끝이 살짝 떨렸다. 나는 그 떨림을 내 탓으로 여겼다.
첫 페이지. ‘증거 1. 침대 위, 등허리 문신 확대’
또 다른 페이지. ‘증거 7. 차량 뒷좌석, 머리카락 DNA 일치’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결론: 우리가 찍은 건 결국 같은 이유였나 봐.’
나는 서류를 내려놓지 못했다. 손가락이 떨려서 종이가 찢길까 두려웠다. 남펵이 한 걸음 다가와 서류 맨 아래를 가리켰다.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반대 증거 – 남펵(본인)의 외도 사진 21장’
2023년 8월 3일, 호텔 프레지던트 스위트. 남펵의 왼쪽 어깨 인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제야 그의 눈을 마주쳤다.
“우리가 서로를 몰래 찍은 건, 결국 같은 이유였나 봐.”
나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서류를 천천히 다시 넘겼다. 뒤태 위 뒤태, 찰나의 떨림 위 떨림. 우리는 서로의 배신을 담은 사진들을 손끝으로 훑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이제… 끝인가요?”
마지막 사진은 텅 빈 침대였다. 플래시는 터졌지만 아무도 없었다. 떨림도, 뒤태도, 숨소리도. 남은 건 하얀 시트 위, 구겨진 자국뿐. 우리는 그 구겨진 자국 속에 서로를 묻었다. 그날 밤, 우리는 서류를 한 장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웠다.
재떨이 위로 검은 재가 흩날렸다. 그 재 속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몸은 여전히 떨렸지만, 그 떨림은 더 이상 배신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