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아기 안 낳을 거야’ 라고 말한 순간, 침대 위 5분의 전쟁

출산 거부 선언 이후 둘만의 침대 위 5분. 유리 조각 위에서 벌어지는 침묵, 시선, 그리고 신체의 미세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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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피임 안 해? — 아냐. 안 해.

단어들이 침대 위에 떨어지는 순간, 침대마다 조용히 쿵 소리를 냈다. 재민은 오른손을 지수의 오른쪽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가, 손끝이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 살짝 뺐다. 지수는 눈을 감지도, 뜨지도 않은 채 천장의 조명을 노려봤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마치 뜨거운 공기 위로 떠오르는 먼지처럼.

내가 왜 그 말을 꺼냈을까.
아기 안 낳을 거야.
한 번만 더 말하면 진짜로 깨진다.

재민은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았다. 겨우 맥박이 울렸다. 지수는 이불을 살짝 걷어 올려 허벅지를 드러냈다가, 금세 덮었다. 두 사람의 무릎이 스쳤다. 그 짧은 접촉에도 둘은 몸을 띄었다—마치 서로의 온도가 뜨겁다고 단정한 것처럼.

침대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리 조각으로 가득했다. 재민은 지수의 손등을 잡았다. 손등에 새겨진 잔혹한 팔자가 느껴졌다—결혼 5년, 아기 이름을 먼저 지어 놓고 지웠다. 지수는 재민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끼워 맞췄다. 손가락 끝이 서로를 눌렀다 떼었다. 그걸로 대화가 끝났다.

침대마다 소리를 냈다. 탕.
재민이 지수의 어깨를 넘기는 순간, 이불이 침대를 탕탕 두드렸다. 아기 대신의 욕망이다. 아기 대신의 침묵이다. 지수는 눈을 감았다. 재민은 눈을 떴다. 둘 사이의 공기가 굳어갔다.

너는 아기 대신 무엇을 품을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너는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재민은 지수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속삭였다. 미안. 지수도 속삭였다. 나도.
그리고 두 사람은 유리 조각 위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조각이 피부를 스쳐도, 두 사람은 더 세게 서로를 눌렀다. 아기를 낳지 않을 거라는 사실 앞에서, 그들은 서로의 몸이 유리 조각으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유리 조각 위에서, 서로를 어루만졌다. 피가 나도, 더 깊이 서로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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