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10년차 침대, 살인 같은 정적 위에 누워

결혼 10년차 침대는 사랑의 시신 위에 놓인 관. 두 사람은 서로를 묻고, 서로를 잊고, 서로를 지운다. 당신은 그 위에 누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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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 돼. 너무 피곤해."

지훈은 지운 말을 꿀꺽 삼켰다. 침대 옆 램프는 여전히 노란 불빛을 뿜어내지만, 그 아래 누운 두 사람은 지난 2년간 단 한 번도 그 불빛 속에서 서로를 봐준 적이 없었다. 오직 휴대폰 화면이 얼굴을 파랗게 물들일 뿐.

지훈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손끝이 간질였다. 이불 속에서 살짝만 손을 뻗어도 될까.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아내 수진의 몸은 이미 반석이 되었음을. 그녀의 등은 침대와 하나로 굳어 있었고, 숨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침대는 이제 무덤이다

결혼 10년차 침대는 끔찍한 장소다. 사랑의 무덤이자, 미래의 유골함. 그곳엔 더 이상 손길이 없고, 숨결이 스칠 틈이 없다. 그저 두 구의 시신이 나란히 누워 있을 뿐.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수진은 눈을 감고도 질문을 흘린다. 그 질문은 매일밤 반복되지만, 대답은 없다. 그저 아득한 정적만이 무게감 있게 가슴을 눌러온다.

욕망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처음엔 손끝 하나만 스쳐도 전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지훈의 숨결이 수진의 목덜미에 닿으면 수진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나 미치겠어." 그때는 그 말이 정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수진의 몸은 굳은 살처럼 굳었고, 지훈의 시선은 수진의 몸을 지나쳐 벽의 흠집에 머문다. 그들은 서로의 몸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것이 더 편하다. 알면,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전쟁

"당신은 지금도 나를 원하냐고?"

수진은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거울 속 여자의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떠돌았다. 그녀는 천천히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가슴 아래로 늘어진 살, 이제는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그 살이 지훈에게 무엇을 상기시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죽은 것이다.

수진은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있던 것이 죽었고, 나도 죽은 것 같다.

그녀는 침대로 돌아왔다. 지훈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수진은 알았다. 그도 깨어있다는 것을.

"오늘 누군가한테서 문자 왔더라."

지훈이 눈을 떴다. 아주 천천히.

"뭐?"

"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제 술 마시다가."

수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지훈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도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지훈은 속으로 웃었다. 당신도 모르는 것 아니냐. 수진이 누군가에게서 받은 그 문자. 그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욕망 속에라도 존재하고 싶은 것. 그것이 그녀의 몸을 살린다.


침대 아래 숨겨진 것

그들은 3년 전부터 정확히 같은 시간에 침대에 누운다. 11시 47분. 텔레비전을 끄고, 휴대폰 충전기를 꽂고, 이불을 덮는다. 그리고 숨을 죽인다.

그러나 침대 아래에선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지훈은 수진이 몰래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을 봤다. 수진은 반대편에서 지훈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봤다. 그들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지 않는다.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수진은 다시 물었다. 이번엔 소리 내어.

지훈은 대답했다. "그냥... 여기 있는 거지."

그 말은 모든 것을 말했다. 그들은 여기 있었고, 앞으로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욕망의 뿌리

그들은 왜 결혼했을까.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때가 되었기 때문일까. 수진은 지훈의 어머니가 좋아했다는 이유로, 지훈은 수진이 차분해 보였다는 이유로.

욕망은 언제 사라졌을까. 아니, 아예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들은 서로의 몸을 원했지만, 서로의 내면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몸도 곧 사라졌다.

침대는 이제 무덤이다. 그들은 서로를 묻고, 서로를 잊고, 서로를 지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결혼 10년차의 진실이다.


당신의 침대는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침대는 무엇인가.

당신은 그 위에 누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아니면, 당신은 이미 죽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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